[기자수첩] 택시에 얽힌 두 가지 경험, 그리고 택시기사 파업
[기자수첩] 택시에 얽힌 두 가지 경험, 그리고 택시기사 파업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2.2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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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4, 5년 전쯤이었을 듯하다. 친구를 만난 후 귀가하다 지하철이 신도림에서 끊겨 신림역까지 택시를 타려 했다. 지하철 역 앞에는 몇 대의 택시가 있었지만 탈 수가 없었고 10여분을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간신히 잡아탈 수 있었다. 역 앞에 정차된 택시는 1인당 1만원, 4명을 꽉 채우고서야 신림까지 운행했다. 그날 지불했던 택시비는 7000~8000원 사이로 기억된다.

또 하나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인 2004년 무렵이다. 신림역에서 신촌역까지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어느 길이 빠른지 몰라 택시기사에게 맡겼고 할증 시간대가 아니었지만 택시비는 그 당시 금액으로 2만5000원 정도나 나왔다. 친구에게 얘기하자 어리숙하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두 번의 경험은 택시에 대한 인식을 각인시켰다. 이는 지난 20일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6시가 넘었을 무렵 버스 정류장에 버스는 올 줄을 몰랐다. 우왕좌왕하며 몇 군데 버스 정류장을 돌다 체념했을 무렵에야 기다리던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두고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파업으로 거리가 한산해져서 좋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위의 얘기와 비슷한 경험을 내놓거나 그저 지켜만 보겠다는 여론도 있다. 택시 파업에 오히려 모 카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의 호출 건수가 급증하는 반작용을 낳기도 했다.

택시는 교통수단으로서 공공재 성격이 강하지만 시민들에게 이번 파업의 공공성은 보여지지 않는 듯하다.

한 지인은 심야시간 이동을 위해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는 여전히 힘들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좋지 않은 서비스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다.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은 기존 경제 주체와 새로운 경제 주체의 대립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시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에 달려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파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아무런 자정 노력 없이 무조건 생존권 확보만 외친다면 오히려 택시가 새로운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는 날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