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 해도 겨우 노루꼬리 만큼 남았다. 지나가는 것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새 해의 부푼 기대로 시작했던 수많은 것들이 순간처럼 지나가고 어느 듯 돌아보면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는것들 뿐이다. 세상사를 들추어 나름 옳고 그름을 견주고, 바른 쪽을 가리키자고 다짐한 필자의 세평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도록 흡족하진 않지만 또 다시 밝아올 새 날을 다짐하며 시시비비 했던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본다. 늘 다사다난이라고는 하지만 올 한 해는 우리 근현대사의 어느 한 해 보다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무엇보다도 4월27일 ‘새로운 시작’을 슬로건으로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도합 세 차례나 남북정상이 머리를 맞댔다. 한반도의 운명을 놓고 한 해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것은 역사가 충격적 사실로 기록할 것이다. 결과로 보아 북한 핵문제가 폭발하지 않고 순리적으로 해결될 조짐을 보인 것은 그 자체로서 이미 핵폭발에 버금가는 대사건 이었다.
이렇듯 올 한 해는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시작 됐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다지 녹록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으며,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북핵문제만이 전부도 아니다. 크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며 올라간다고 다 귀한 것도 아니다.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이는 기미를 보이자 우리 정치경제사회는 남북해빙의 블랙홀 속으로 거침없이 빨려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나라경제가 연신 적신호를 보여도 북한과의 평화무드만 조성되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제어기를 망가뜨려버렸다. 정지신호를 무시한 상승기류를 타고 최저임금, 실업률, 물가, 사회적 격차, 공공부문, 집권당정의 해이와 오만 같은 것들도 덩달아 뛰었다. 반면 성장, 성과, 실질소득, 지지율은 서서히 하강 기류를 타고 내려앉아 연말인 지금 사회 전반의 우려와 함께 집권여당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반대세력으로부터 남북문제와 적폐청산에만 올인 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진다. 남북문제와 적폐청산은 국정의 거시적 과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또한 국가적 과제이자 민족적 명운을 결정하는 숙명적 과제이다.
하지만 그날그날 먹고사는 소시민에게는 그에 못지않게 하루하루의 삶이 더 절박하다. 생일에 잘 먹자고 이레를 굶을 평범한 소시민이 얼마나 될까. 다음 달 전기료와 연결 된 에너지정책, 당장 내 일자리가 걸린 최저임금, 수 년 간 고시원 쪽잠을 마다않고 공공일자리 시험 준비 하는 공시준비생에게 일자리 세습이나 낙하산 특혜취업 같은 좋지 못한 소식들은 북한 핵 문제 보다 더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일일이 펼치자면 끝이 없다.
좋은 정치란 나랏사람 대하기를 마치 부드러운 생선을 굽듯이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노자의 말이다 요새말로 디테일이 중하다는 말이다. 진보적 이념정치는 디테일에 취약할 위험이 크다. 이념에 투철한 정치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독점하고 적대적 편 가르기나 집단주의로 흐를 위험도 있다. 정치는 이념으로 할 수가 있으나 경제는 시장과 자유경쟁이 최선이다.
이념과 도덕성을 내세운 문재인정권의 개혁적 의지는 옳다.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문대통령의 외교적 노력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간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로부터 디테일에 소홀한 여러 흠결이 연속 터져 나온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마의 집권 3년차 누수가 아니길 바란다. 지금은 성탄과 새해의 축복을 나누는 시간이다. 더구나 새해는 황금돼지 해라고 한다. 새해에는 우리가 사는 이 나라에 평화와 행복이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