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된 남북 혈맥 잇기…'철의 실크로드' 열리나
재개된 남북 혈맥 잇기…'철의 실크로드' 열리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2.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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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남북 사업의지 확인
'한반도 신경제구상' 일환…전제는 '北비핵화 달성'
26일 판문역에서 열린 '동·서해선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부터),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 참석자들이 도로 표지판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판문역에서 열린 '동·서해선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부터),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 참석자들이 도로 표지판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단으로 허리가 끊겼던 남북간 '혈맥 잇기' 사업이 10년 만에 재개됐다. 남북 철도가 이어지고 유라시아 대륙과도 연결되는 '철의 실크로드' 실현의 첫 걸음이다.

26일 오전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는 남북의 주요 인사를 모두 합쳐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이날 착공식은 남북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과 관련한 첫 운을 뗀 뒤 8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이다.

다만 이날 행사는 실제 공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착공식이라기보다 '착수식'에 가까운 성격이다. 본격적인 공사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아직 시작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남북이 착공식 개최를 서두른 것은 이번 사업이 그만큼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사업은 2008년 11월 남쪽 화물열차가 북측 철도 구간인 판문역을 마지막으로 달린 지 10년 만에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사업에 남북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보는 공동이익이 걸려있는 만큼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단단히 묶어내고 비핵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이날 착공식은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할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언제든 철도·도로 연결을 시작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사업으로 남북이 끊어진 철길을 이어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완성하면 북한을 통해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현실화된다.

TKR는 단순한 철도 연결에 그치지 않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이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을 통해 유럽까지 사람과 물류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분단으로 다른 대륙과 이어지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대륙과의 연결을 통해 반도 국가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 철도 연결은 환동해권과 환서해권, 남북 접경지역 등 3대 벨트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하나의 시장'을 만든다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이다.

정부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통해 환서해·환동해 경제 벨트 형성을 촉진, 남북경제협력을 남쪽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갈 구상이다.

남북 간 교통이 연결되면 우리나라는 대륙으로 가는 물동량을 확보하면서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 국가로 부상할 수 있고, 이를 금융 등과 연계하면 '허브 국가'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경제공동체를 거쳐 지역통합을 달성한 유럽연합(EU)처럼 철도라는 개별산업을 매개로 동아시아에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이 동력을 지역 안보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담겼다.

유럽이 석탄철강공동체(ESCE)에서 시작해 경제를 비롯해 안보협력, 지역통합을 이뤘듯, 동아시아 국가들도 철도 협력을 시작으로 평화와 안보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동북아 6개국은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이다.

사업을 순탄하게 진행하기 위한 핵심 전제는 북한의 비핵화다. 경색 국면에 있는 북미관계에 대화가 재개되고 대북제재 완화 등 여건이 성숙해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