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안겨주고 밤잠 설치게 한 열차, 판문역으로 출발
설렘 안겨주고 밤잠 설치게 한 열차, 판문역으로 출발
  • 안우일 기자
  • 승인 2018.12.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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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도로 연결‧현대화 착공식…이산가족 5명 초청
역대 통일부 장관 참석…“신의주까지 멈추지 않기를”
26일 서울역에서 북측 개성 판문역행 열차에 탑승한 김금옥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역에서 북측 개성 판문역행 열차에 탑승한 김금옥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몇 년 만에 나고 자란 고향 땅에 간다는 건 당해보지 않은 그 희열이랄까 기쁨을 몰라요.”

26일 서울역에서 북측 개성 판문역으로 향하는 특별열차 5호 차에 탑승한 김금옥(86) 할머니는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황해북도 개성 덕암동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이날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다. 과거 개성 관광이 진행됐을 때와 2015년 고려 궁궐터 개성 만월대(滿月臺) 남북 공동발굴 이후 세 번째 고향 방문이다.

두 차례 개성을 방문했지만 기차를 타고 귀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꿈같다”며 소회를 밝힌 김 할머니는 “다른 실향민들도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라며 “기차 타고 고향으로 가는 게 저희(이산가족)의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찻길로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은 김 할머니뿐이 아니다. 총 5명의 이산가족이 연결식에 초청돼 판문역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 중에는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 신장철(66)씨도 있었다.

신씨는 지난 1951년 6월 경의선을 운행한 지 56여 년 만인 지난 2007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남측 문산과 북측 개성공단을 잇는 경의선 정기 화물열차를 운행했다.

남북을 오가는 기차의 마지막 기관사였던 신씨는 이날 탑승객으로 개성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신씨는 “부모님의 고향이 황해도 평산이고 장인 장모도 개성 장단 출신”이라며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경의선에서 마지막 열차를 운행한 지 10년이 흘렀다”며 “언제 다시 가볼까 했는데 이런 좋은 기회로 가게 돼 어제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48분 서울역에서 이산가족 등 남측 승객을 싣고 출발한 열차는 오전 8시34분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판문역에 도착한다.

이후 오전 10시 남북은 판문역에서 양측 인사와 해외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역대 통일부 장관들도 참석한다. 박재규 전 장관은 “2002년 9월18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했다”며 “그대는 개성공단으로 화물차가 오갔는데 이번에는 신의주까지 연결돼 중간에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신의주 현지 조사까지 마쳤는데 이는 11년 전보다 진일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착공식을 통해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한편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과 대북제재 등을 감안하며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역에서 “설계에만 1~2년이 걸리는 등 공사 전까지 할 일이 굉장히 많다”며 “일단 상황이 될 때까지 설계 등은 열심히 해두겠다”고 말했다.

awils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