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서 추가출자 받은 한국GM…노조와 대화 안하는 까닭은?
산은서 추가출자 받은 한국GM…노조와 대화 안하는 까닭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8.12.26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속한 4000억원 지원 받고 법인분리 문제 일단락
법인분리 반대해 온 노조와 갈등 지속…“불법 파업에 민사소송 추진할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GM이 연구·개발(R&D) 법인분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출자를 받지만 노조와 갈등해소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26일 한국GM에 따르면 시설자금 목적으로 산은이 한국GM에 4045억원을 출자하고 우선주 1190만6881주를 받았다. 산은은 지난 4월 한국GM와 10년 간 생산 유지를 조건으로 7억5000만달러(한화 8000억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지난 6월 집행됐다.

산은이 법원에 낸 주주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한국GM이 법인분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데 반발했다. 이후 법원에 주총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했다. 

또 산은이 한국GM에 추가출자를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압박해 오면서 한국GM의 법인분리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이후 한국GM은 산은에 법인분리 관련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출자금 집행, 가처분 신청 취하 등을 이끌어냈다.

산은과 한국GM은 물밑 협상을 해 오다 지난 18일 산은이 법인분리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모두 해소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GM 법인분리에 대해 ‘한국 시장 철수 수순’이라며 반대해 온 노조는 산은의 결정에 대해서도 “노조를 배제한 채 합의했다”며 반발했다.

한국GM은 그동안 법인분리에 대해 노조와도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혀왔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26일 “노조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다”며 “법인 분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와 같이 대화를 진행하며 문제를 풀어 나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허 카젬 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그동안 한국GM이 보여 온 행보를 비춰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국GM은 산은의 산은·한국GM·노조 간 3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노조를 제외한 양자 협의를 역제안했다. 법인 분리 논의를 하는데 노조를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카허 카젬 사장은 “노조를 제외하는 것이 아니다”며 “3자 대화 보다 각각 하는 것이 좀 더 건설적이고 더 빨리 진행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제안한 것이다”고 설명하며 노조와 따로 대화에 나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카허 카젬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효과가 없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9일 법인 분리를 반대한다며 총 8시간 동안 파업을 강행했다. 앞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는 두 차례 쟁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중노위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며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지난 2002년 창사 이래 최초로 불법으로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사측에 교섭에 응하면 파업을 철회하겠단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국GM은 파업권 문제로 인한 특별단체교섭은 받아들이기 힘들단 입장을 보이면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조 측은) 특별단체교섭을 열어 그걸 통해 얘기하자고 하는데 거기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며 “이미 올해 교섭은 지난 4월 말에 임단협 타결이 됐기 때문에 단체 행동권을 부여 받을 수 있는 단체교섭에 응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경영진 명의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회사는 노조의 파업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이번 파업은 불법일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험하게 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법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해서 노조와 불법 파업에 관여된 일부 개인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