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결산>세계여자골프‘여제’가고 ‘지애’뜬다
<2008년 결산>세계여자골프‘여제’가고 ‘지애’뜬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12.21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흐르는 시간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2008년 세계여자프로골프에도 여지없이 적용됐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15년 동안 여자프로골프 최정상에 자리하면서 ‘여제’의 칭호를 받았던 애니카 소렌스탐(38, 스웨덴)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골프 팬들은 소렌스탐의 은퇴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그 빈 자리를 채울 대형 신인의 등장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미셸 위(19, 나이키골프)와 LET(유럽여자프로골프)를 거쳐 LPGA에 입성한 양희영(19, 삼성전자) 등이 ‘2009 LPGA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투어에 합류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원조 여제’ 소렌스탐의 공백을 메울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지존’ 신지애(20, 하이마트)이다.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해 첫 해부터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신지애는 KLPGA의 지존에서 LPGA의 지존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떠나는 ‘여제’ 소렌스탐

소렌스탐은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에미레이트GC(파72, 6412야드)에서 막을 내린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를 끝으로 프로골프선수로서의 경력을 마무리했다.

앞선 2년 동안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거뒀던 소렌스탐은 3연속 우승으로 자신의 마지막 대회를 장식하며 은퇴하려고 했지만 결국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골프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던 소렌스탐은 이 대회를 끝으로 오는 2009년 1월 재혼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자신의 계획을 밝히며 화려했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렌스탐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유럽여자프로골프에서 단순히 한 명의 선수 그 이상의 존재 가치를 갖고 있다.

1998년, 박세리(31)가 LPGA투어에 진출하며 소렌스탐과 캐리 웹(34, 호주)이 함께 형성했던 라이벌 구도는 전 국민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로 인해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언론을 통해 ‘소렌스탐'이라는 이름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 봤다.

12살에 골프를 시작해 미국에서 수학하며 아마추어 무대를 주름잡았던 소렌스탐은 1992년 프로로 전향, 1993년부터 유럽여자프로골프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듬 해인 1994년, 소렌스탐은 신인왕을 수상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소렌스탐은 1995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3승을 수확하며 ‘올해의 선수'와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여제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이후 소렌스탐은 2007년을 제외하고 매 해 최소 2승 이상을 따내며 통산 72번의 LPGA 우승을 거뒀고 베어 트로피는 6번이나 수상하고, 올해의 선수는 8번 선정됐다.

또, 2003년부터 3년 연속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 무려 10차례 메이저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여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고, 2003년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선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많은 도전에도 꿋꿋하게 버텨 영원한 아성이 될 것만 같았던 소렌스탐도 ‘新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27, 멕시코)와 ‘박세리 키즈'의 등장에 주춤하고 말았다.

오초아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량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소렌스탐의 우승은 6회에 불과했고, 단골이었던 시상대에서도 더 이상 소렌스탐의 자리는 없었다.

2007년에는 부상도 있었지만 LPGA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 한번의 우승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래저래 ‘여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최근이었다.

결국 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소렌스탐은 충격적인 은퇴를 선언했고 2009년 1월에 있는 결혼과 함께 평범한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전히 정상급 실력을 갖고 있는 소렌스탐이지만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신념은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뜨는 ‘지존’ 신지애

2008년 세계여자프로골프는 소렌스탐이라는 큰 별을 잃었지만 신지애라는 새로운 별을 얻었다.

떠난 소렌스탐의 빈 자리를 키는 작지만 힘찬 티샷과 정교한 퍼트를 가진 신지애가 메우게 된 것이다.

‘LPGA의 살아있는 전설' 줄리 잉스터(48, 미국)에게 극찬을 받았던 신지애는 소렌스탐에게 ‘여제'의 칭호를 물려받은 오초아는 물론, 2009년 LPGA투어에서 활약할 모든 선수들에게 경계대상 1호이다.

KLPGA를 평정한 신지애는 올 시즌 비회원 자격으로 참가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비롯ADT챔피언십, 미즈노클래식 등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신지애가 올 시즌 KLPGA에서 거둔 기록과 LPGA선수들의 기록을 비교해보면 신지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올 시즌 신지애의 평균 타수는 70.24타. 이 기록을 LPGA에 그대로 대입한다면 평균 69.70타를 친 오초아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부문에서는 소렌스탐도 평균 70.47타로 신지애의 기록에 다소 뒤진다.

라운드 언더파율에서도 신지애는 71.43%를 마크, 73.5%의 오초아에 뒤질 뿐 나란히 66.7%를 기록한 폴라 크리머(22, 미국)와 소렌스탐의 것은 앞선다.

이처럼 신지애는 지금 당장 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과 견줘도 부족한 부분이 없는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LPGA투어 ‘접수'에 나서는 신지애에게 남은 것은 세계적 선수들과의 맞대결뿐이다.

두둑한 배짱과 정상급 실력을 갖춘 신지애의 LPGA 정복은 이제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