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의 능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적제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소한 친목모임이나 작은 조직에서는 물론 거대기업에서도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잘 되던 모임이 회장이나 총무가 바뀌면서 삐걱대거나 아예 와해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부의 요직에 어떤 사람을 뽑아서 쓰느냐는 그 나라의 명운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됨됨이와 그동안의 삶의 궤적 등 도덕성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그가 가진 철학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또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공유하거나 최소한 공감하는 것도 필수겠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해당분야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실무자들이기에 전문성 또한 결코 간과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이 인사검증에서 가장 깐깐했던 노무현 정부시절 민정수석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인사만큼은 제대로 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지난해 정부 고위인사에 부적합한 7가지 비리를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원천 배제 원칙을 천명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의 연장선이다. 국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첫 단추부터 순탄치 않았다. 장·차관급 이상 인사 7명이 낙마하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1기 내각을 꾸릴 수 있었고 2기 내각 역시 7대 비리와 관련된 여러 의혹과 잡음 속에 가까스로 출범할 수 있었다. 인사 난맥상의 하이라이트는 금융감독원장 임명 때였다. 금감원장에 임명한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사장 재임시절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그를 이어 임명된 김기식 전 국회의원도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등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결국 낙마했다. 김 전 원장은 여론에 맞서 보름을 버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까지 받고서야 물러났다.
이쯤 되면 수첩 인사·밀실 인사·깜깜이 인사로 비판받았던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객관적 기준과 검증의 절차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집권에 도움을 준 주변인물과 집권당의 인사만을 중용하다가 빚은 인사의 참사가 정권은 바뀌었지만 계속되고 있다는 의구심만 키웠다.
특히 최근 잇따른 대형 사고로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주요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이 낙하산 인사였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들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기용되면서 빚어진 결국 인사로 인한 참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러나는 순간까지 법적 절차와 국민적 상식을 무시해 논란을 빚었다. 그런 인격의 인물이 그 자리에 임명된 것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새해에도 정부의 인사는 계속될 것이다. 만사인 인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만사가 술술 풀리기를 기대해본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