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 성탄 맞는 파인텍 노동자들, 고공농성 신기록
굴뚝에서 성탄 맞는 파인텍 노동자들, 고공농성 신기록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8.12.25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9일간 단체협약 이행‧공장 정상화 촉구…사측 묵묵부답
사측의 단체협약 이행과 공장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의 굴뚝에 오른 박준호 파인텍 사무총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의 농성이 크리스마스인 25일 409일째를 맞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연합뉴스)
사측의 단체협약 이행과 공장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의 굴뚝에 오른 박준호 파인텍 사무총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의 농성이 크리스마스인 25일 409일째를 맞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연합뉴스)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 굴뚝에서 409일을 지낸 파인텍 노동자들이 크리스마스에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농성은 앞서 2014년 차광호 당시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가 기록한 408일 보다 하루 더 연장된 것으로 지난해 11월 박준호 파인텍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이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굴뚝에 오른 이후 두 번째 맞는 성탄절이다.

두 번의 겨울을 굴뚝에서 보낸 이들은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사무장은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어 지난 9월 49㎏대로 내려갔고 목과 허리 통증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길벗한의사회, 파인텍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목동 굴뚝 농성장을 찾아 이들의 건강을 살펴보기로 했다.

파인텍 공동행동은 “굴뚝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고공 생활과 극심한 추위로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고공 농성 노동자들의 건강을 살펴본 후 이 단체들은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목사)과 함께 굴뚝 방문 기도회를 열고 향후 투쟁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 등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12일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의 농성은 모회사의 공장 중단과 정리해고 이후인 2014년 5월27일 차광호 지회장이 408일간의 농성으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약속받았으나 사측이 8개월 만에 단체협약 이행을 거부하고 공장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차 지회장은 지난 10일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송경동 시인 등도 연대 단식에 동참했다.

정치권에서도 고공농성에 연대하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굴뚝농성장을 찾아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아 사실상 연내 사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차 지회장은 “굴뚝에서 내려와 공황장애로 병원에 입원했고 사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박준호‧홍기탁 등 노동자들이 걱정된다”며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가 즐거웠으면 좋겠지만 우리를 포함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