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는 '고압산소치료기'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고찬영·조현영·최한주)이 대한응급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09∼2013년 사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20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증 환자일수록 고압산소치료가 산소마스크 착용보다 회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경우 인체에서 혈액(헤모글로빈)에 대한 결합력이 산소보다 최대 250배 이상으로 높아 산소 운반에 장애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산소가 꼭 필요한 뇌, 심장, 신장 등의 장기가 저산소증으로 손상되는 것이다.
이에 초기단계에서 적절한 산소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가 없을 경우 회복된다해도 급성기 신경학적 부작용에서 비롯된 치매, 신경정신장애, 운동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또한, 고압산소치료기는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감염에 대한 조직 저항을 증가시켜 독소 생성을 억제하고,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가 확인돼 감염, 화상, 뇌 손상, 당뇨발 치료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총 26곳이며 중증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와 의사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다인용 시설은 전국에 겨우 5곳도 채 되지 않는다.
의료계는 고압산소치료기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의료진이 받는 보험수가가 너무 적다고 하소연한다.
고압산소치료기를 한번 돌리는 데 두시간에서 두 시간 반 가량이 걸리지만, 의료진이 받는 보험수가는 고작 10만원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찬영 단국대병원 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아직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압산소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이 연간 2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다"면서 "불의의 사고든, 자살이든 미연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지만 사후 치료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