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500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지 오래다. 최근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소득기반이 약한 취약차주들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빚이 500조원을 넘어섰다. 다중채무자 6명중 한 명은 소득기반이 취약한 노인과 청년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다중채무자는 한국 가계부채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위험은 최근 시행된 정책금리 인상이 촉매제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11월 국내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는 오름 추세다. 금리 오름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빚을 진사람, 특히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들의 입장에서는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큰 부담일 뿐 아니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다중채무자들의 고질적인 ‘돌려막기’ 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금연체 위험이 전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다중채무자는 대부분 저소득, 저신용 계층으로 제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일반이자보다 높은 10% 이상의 고금리대출에 기대야 한다. 그마저도 은행의 대출규제에 밀려 4~6등급이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7~10등급은 대부업체나 사채로 떠밀렸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67.6%에 달했다. 버는 돈의 3분의 1을 빚을 갚는데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들이 적더라도 소득이 지속되면 다행이지만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거나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을 한다면 한마디로 ‘속수무책’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부터 서민금융지원 체계를 대폭 개편해 저신용자 대상의 연 10%대 대출상품이 대폭 늘린다는 소식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연 10% 후반대 금리를 적용하는 긴급 생계·대환자금 대출을 신설, 연간 1조원씩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에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로 갈 수밖에 없었던 7~10등급 저신용자는 긴급 생계·대환자금 대출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한시적인 미봉책이다. 보다 과감한 구제책으로 안정적인 저신용자들을 안정적인 신용사회로 복귀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