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혈투’ 국회는 전쟁터
‘6시간의 혈투’ 국회는 전쟁터
  • 오세열
  • 승인 2008.12.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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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케이트 친채 3분만에 ‘땅땅땅’ 국회외교통상위원회 회의장 주변은 아수라장 이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쪽과 막는 쪽은 뒤 엉켜 극렬한 싸움을 벌이면서다.

해머와 망치 전기톱 소화기와 소방호스가 등장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한편의 활극’이 연출 됐다.

독재정권시절의 날치기 악령이 다시 살아났듯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아침 일찍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뒤 문을 걸러 잠그자 혀를 찔린 야당 의원들이 달려오면서 충동이 시작 됐다.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150여명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문을 밀기 시도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보좌진과 위원장의 질서유지 권 발동에 따라 동원된 국회경위들이 민주당 측과 육탄전이 벌어 졌다.

이로써 2007년 6월 30일 한 미 두 나라 정부가 체결 서명한 자유무역 협정은 1년 5개월여 만에 본격적인 비준 동의절차를 밟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이어 민주당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가는 등 드세게 반발하고 있어 본회의 처리까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정기국회의 허송세월을 보충해 보자고 민생법안 심의에 매달려 경제위기에 떠는 국민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임시국회의 근본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

한 미 FTA비준동의안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상임위 상정을 강행 했던 안건이다.

18대 국회에서 야당이 되었다고 비준동의안 재 상정을 몸으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가 자가당착이다.

한나라당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국회가 파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FTA비준 동의안 상정은 이렇듯 밀어 붙여야 했는가 국회법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필요할 경우 국회법 제145조는 국회의원이 상임위 회의장 질서를 문란케 할 겨우 위원장은 이를 경고 또는 제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질서유지권 발동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 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실력 저지 입장을 재확인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여야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임무는 회의장 질서유지가 아니라 야당 의원의 출입을 막는 것 이었다.

또 회의도 야당 의원들에게 통보한 시간이전에 개최했다.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은 고의로 방해 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형식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는 검찰에 고소까지 이르렀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러 ‘의회 쿠데타’ ‘날치기 통과’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 미 FTA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다룰 사안이다.

경기부양 국내 산업보호 및 한 미 관계 등에서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보완 대책을 마련 국회차원을 넘어 토의해야 옳다.

정부가 두 달 전에 제출한 비준 동의안을 상임위에서 토의조차 하지 않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나 다.

른바 없다.

일단 상정을 해야 산업피해방지 예산집행과 대책보완이 가능하다.

선진당은 최근 기존 정부지원책에 10조원을 추가 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민주당은 이조차 외면했다.

‘선비준 후대책’이든 ‘선대책 후비준’이든 상임위 상정이 선결이다.

이런 사태를 빚고도 ‘네탓’주장에만 열을 올리는 여야의 태도는 국민의 정치혐오만 부른다.

여야 모두 무용한 논란에 매달리지 말고 스스로 합리성을 회복해야한다.

다른 법안도 아닌 FTA비준동의안의 상정을 강행한 한나라당의 자세는 더욱 우려 된다.

시급한 세출에 관한 예산부수법안이거나 민생 법안도 아니고 협정의 상대방인 미 행정의 변수가 남아 있는 비준동의안을 밀어 붙이기까지 해야 하겠는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법과원칙이 무너졌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은 여야가 충분히 협의해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야한다.

지금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장판 정치는 국민의 선택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이는 의회주의 실종과 민주의의 위기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경제도 어려운 마당에 민주주의를 거스르면서 싸움질을 하다니 쏟아질 국민들의 비난과 분노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