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우리들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아동학대 예방
[독자투고] 우리들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아동학대 예방
  • 신아일보
  • 승인 2018.12.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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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강원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
이상욱 강원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

지난가을, 필자가 일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여성은 본인이 한 초등학교의 선생님이며, 본인이 가르치는 아동 중 한 명이 학대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끔찍했다.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때리고 나서, 본인은 죽어버릴 거라고 아이를 대상으로 협박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빨리 아이를 만나야 할 것 같아 학교로 출동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는 잔뜩 겁을 먹어 움츠려 있었고, 상담원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빠가 술에 취하면 구둣주걱으로 때려요. 심하면 칼을 들고 협박하기도 해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9살 아동이 겪기에는 너무 끔찍한 일이었고 재학대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집에 돌려보낼 수 없다 판단되어 긴급하게 보호조치를 하였다. 선생님의 민감한 대처가 한 아이를 학대의 위험에서 막은 것이다.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아동학대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7년 34,169건으로 2016년에 비해 약 15% 이상 증가하였다.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사례를 관리하는 상담원으로서 부담되는 수치이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민감도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언론 매체를 통해서 연일 아동학대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학대피해아동이 많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현장에서는 아동학대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하고, 동시에 재학대를 막기 위한 상담 및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이러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3개소 밖에 없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강원도를 예시로 봤을 때, 4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8개 시, 군의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조사 및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담원들은 기존의 사례를 관리하면서 새롭게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관리해야해 업무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로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 재학대 예방을 위한 전문서비스를 진행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학대신고는 늘어나는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필자는 정책적인 변화와 범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속한 아동학대 조사 및 학대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 상담원의 수를 증원시켜야 하며, 기관의 수를 늘려 피해 아동의 발견과 보호를 확대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구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굿네이버스에서는 시민들이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동네 아이들을 지킬 수 있도록 '아동학대 국민감시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동네에 학대받는 아동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아동학대 발견 즉시 112로 신고하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책을 지키기로 약속하면 된다.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아동학대 문제가 해결될수 있겠는지 물음이 생길 수 있겠지만, 필자가 가을에 만난 아동은 이러한 간단한 방법으로 아동학대의 위험에서 구출될 수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우리 주변에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아동들을 위해 작은 관심을 기울일 때다.

/이상욱 강원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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