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불편한 용기' 시위…"싸움의 승자는 우리일 것"
막 내린 '불편한 용기' 시위…"싸움의 승자는 우리일 것"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2.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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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주최 측 추산 11만명 운집…역대 최다 인원
시위 '무기한' 연기…"의제 진의 전달에 의문 들었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6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6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촬영물과 관련해 범죄와 사법부의 성별에 따른 '편파 판결'을 규탄해온 '불편한 용기'가 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잠정적 마지막 집회를 개최했다.

불편한 용기는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6차 '편파판결·불법촬영 규탄시위'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1만 명이 모였다. 이는 8월 4일 열린 4번째 시위에서 기록한 최대 참가자 7만 명을 넘어선 역대 최다의 기록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붉은색이나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구호를 외치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식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여성가족부 예산을 늘려 여성안전 우선순위를 높일 것 △불법촬영물 유통·피해자에 영상 삭제 비용 청구 등을 통해 돈을 버는 웹하드 카르텔 근절할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인 여성 안전 관련 법안 조속히 처리 등을 요구했다.

또 이날 시위에서는 '웹하드 카르텔'로 불리는 불법촬영물 유통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이 구호와 성명에 포함됐다.

이는 10월 말 직원 폭행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한 불법 음란물 수만 건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의지를 되새기려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삭발을 한 참가자들은 "우리의 불편한 용기는 결국 세상을 움직이리라 확신한다. 이 싸움의 승자는 우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위를 끝으로 '불편한 용기'는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불편한 용기' 운영자는 '불편한 용기의 시위는 6차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연기한다'는 제목의 공지글을 올린 바 있다.

이 글에서 운영진은 "불편한 용기가 처음 출범했을 때부터 진보·보수 진영 할 것 없이 남성 권력의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받아왔다"면서 "이런 상황에 여성이 말하는 여성 의제가 곡해되지 않고 진의를 전달하며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 7개월간 쉴 새 없이 달려온 불편한 용기는 6차를 마지막으로 다음 시위를 잠정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6차 시위가 종료된 이후, 스스로 발자취를 돌이켜보며 어떠한 백래시(반발)가 밀려오고 있는지 고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시작돼 '혜화역 시위'로도 불렸던 '불편한 용기' 시위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 19일 첫 시위를 개최한 이후 총 6차례 열렸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