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선포’ 계엄령 무효 첫 대법원 판단 나왔다
‘유신선포’ 계엄령 무효 첫 대법원 판단 나왔다
  • 안우일 기자
  • 승인 2018.12.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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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0월17일 계엄포고 위반 혐의 재심
대법 “헌법상 국민 기본권 침해…위헌‧위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지난 1972년 정부가 유신체제를 선포하며 전국에 내린 비상계엄 포고령이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 조치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1972년 10월 계엄령 당시 불법 집회를 열어 도박을 한 혐의(계엄령 위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허모(76)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1972년 10월17일 비상계엄에 따라 발령된 계엄 포고령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적 조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의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유신체제를 이행하기 위해 그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엄 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정치 사회적 상황이 계엄 요건인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고령 내용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한 당시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영장주의 원칙,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을 침해한다”며 계엄 포고가 위헌‧위법인 이유를 설명했다.

허씨는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지 약 1개월 뒤인 1972년 11월5일 지인들과 모여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비상계엄령 포고령 중 ‘불법 집회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육군고등군법회의와 대법원을 거쳐 1973년 7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2013년 12월 재심을 청구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창원지법이 지난 2016년 1월 “허씨에 대한 처벌이 군사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주의 본질을 침해해 위헌이며 무효”라고 밝힌 원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당시 정부의 계엄 포고 자체가 위헌이자 무효라는 판단이어서 비상계엄 포고령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들의 재심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당시 선포된 계엄포고령에 대해서도 군사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무효라는 첫 판단을 내린 바 있다.

awils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