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구조적인 문제는 비자발적 창업‘이란 점이다. 근래 들어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부머들과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취업보다 창업을 택한 청년창업이 늘어났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자와 비취업자가 몰리면서 출혈경쟁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 창업이 몰린 것도 문제다. 자발적으로 창업 준비를 할 수 없었기에 진입이 손쉬운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업, 개인서비스업 등 생계형 업종에 몰렸다. 결국 제 살 깎기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의 악순환은 비자발창업자의 숙명이었다.
자영업의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부채는 날로 늘어나는 늪에 빠졌다. 자영업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2만원으로 사용근로자가구 608만원보다 116만원 적다. 반면 가구부채는 평균 1억87만원으로 상용근로자가구 8062만원보다 2025만원 많다.
이렇게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자 정부는 20일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벌써 네 번째 내놓는 자영업자 대책이다.
정부는 변제능력을 잃고도 성실하게 상환하는 자영업자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특별감면제 등 ‘맞춤형 채무조정제도’를 도입한다. 자영업자 매출증대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등 지역 화폐를 오는 2022년까지 18조원 발행하고 전국 구도심 상권을 혁신 거점으로 복합 개발하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상가임대차 보호범위 확대를 위해 ‘환산보증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자영업의 창업, 성장, 폐업, 재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정부부처들이 고심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취업자의 20%를 웃도는 자영업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실효성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미 나왔던 대책의 재탕이 섞여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채무탕감에 대해서는 막대한 자금지원이 필요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일단은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어 자영업자들에게는 ‘단비’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정부가 자영업자를 ‘자가 고용 노동자’로,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자영업자 문제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생계형의 취약 자영업자 양산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정부가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대증처방만 모아 놓은 것 이란 비판이 들린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충분한 스타트업 교육을 통해 자영업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 이후에 도전창업에 대한 생태계 조성을 먼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