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숨기고, 자금 거래 쪼개고…대기업 공시의무 위반 적발
내부거래 숨기고, 자금 거래 쪼개고…대기업 공시의무 위반 적발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2.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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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동광주택, 이중근 회장 50여억원 대여 미공시
OCI '군장에너지', 신세계 '몽클레르신세계'도 공시의무 위반…금호아시아나 '쪼개기'
서면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여부 허위 공시, 이사회 안건 누락도 다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속적으로 화살이 향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대기업 집단들은 공시의무를 위반해 가면서까지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또 계열사 간의 자금 거래나 주총, 이사회 운영 관련 허위 공시를 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을 기만한 행위도 드러났다.

20일 공정위는 올해 5월1일 지정된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전체 2083개사를 대상으로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3개 공시를 통합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부거래 위반공시의 경우 전체 91건의 위반행위 중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와 규제사각지대회사의 위반이 68건으로 74.7%를 차지했다.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 규제사각지대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와 사익편취규제대상 회사의 상법상 자회사다.

주요 사례를 보면 기업집단 부영 소속 규제사각지대회사인 ㈜동광주택은 2015년 1월29일 동일인 이중근 회장에게 50억8600만원을 대여했지만 공시하지 않았다.

오씨아이 그룹 소속 군장에너지㈜는 규제사각지대회사인 계열회사 에스엠지에너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50억원을 인수했으나 공시하지 않았다.

또 신세계 그룹 소속 ㈜몽클레르신세계는 계열회사인 ㈜신세계와 2017년 4분기에 이뤄질 상품용역 거래금액을 33억4900만원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실제 거래금액은 172억1900만원으로 당초 공시한 금액보다 414% 증가했음에도 변경내용을 이사회 의결 및 공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를 면탈하고 시장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금대여 및 차입시 수차례에 걸쳐 나눠 거래한 일명 ‘쪼개기’거래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 회사들은 대여(차입)조건, 상환일, 대여(차입)목적 등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자금을 분할해 거래했다. 아시아나개발㈜는 금호티앤아이㈜에 2017년 6월2일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100억원을 공시기준금액 18억2200만원 미만으로 6회에 걸쳐 분할·대여했다. 6차례 모두 자금대여 거래조건과 상환일이 모두 동일하며 계열사들의 현금시재를 매일 파악하면서 그룹 전체 자금운용 등을 총괄했던 전략경영실이 자금대여를 주도적으로 기획·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금대여 시작 당시 아시아나개발(주)는 130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했고 자금대여 기간 동안 금호티앤아이(주)에 대한 대여금 외에 추가적 자금지출이 없었다.

이와 함께 금호산업㈜도 금호고속(주)에 2016년 12월6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92억원을 공시기준금액인 50억원 미만으로 2회에 걸쳐 분할·대여했다. 이 또한 거래조건과 상환일이 같았다. 당시 금호산업(주) 또한 400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굳이 공시의무를 피해가며 대여할 이유도 없었다.

내부거래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관련해서도 소액주주들을 기만한 행위는 또 있었다.

기업집단 현황공시 위반의 경우 전체 97건의 위반행위 중 이사회 및 주주총회 운영 등 지배구조 관련 위반이 83건으로 85.5%를 차지했다.

특히 상법과 정관에 따른 서면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여부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공시하는 등 주주총회 운영 관련 위반이 50건이었다.

또 이사회 내 설치된 위원회나 이사회 안건을 누락하거나 사외이사 참석자 수를 허위로 공시하는 등 이사회 운영 관련 위반도 33건이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35개 집단 139개 회사가 194건의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과태료 23억3332만원을 부과했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금호아시아나(18건, 5억2400만 원), 오씨아이(18건, 2억7100만원), 케이씨씨(16건, 4800만원), 한국타이어(13건, 2억7900만원) 등이 위반 건수가 많았다.

공정위는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의 경우 과거 위반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임원변동에 대한 사항 등이 이번 점검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위반행위 적발 건수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