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조업 르네상스? 구체성 없인 '빛 좋은 개살구'
[기자수첩] 제조업 르네상스? 구체성 없인 '빛 좋은 개살구'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12.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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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요? 말만 들어도 벅차죠. 문제는 그간 허무할 만큼 부질없이 사라져 간 대책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기자님이 봤을 때는 이번엔 정말 뭔가 달라질 기미가 보입니까?”

지난 18일 정부가 내놓은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을 두고 한 제조 중견기업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기쁜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거듭 의구심을 품는 듯 한 모습이었다. 

주요기관들 상당수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정부가 제조업 혁신으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강구책을 내놨다. 

전략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선도산업은 경쟁국이 따라오지 못하게 초격차를 지키고, 자동차나 조선 등 부진산업에 대해서는 친환경·스마트화로 산업구조를 재편해 재도약을 돕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2030년 제조업 전체의 부가가치율을 독일 수준인 35%까지 높이겠다는게 정부의 구상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제조업 부가가치율은 25.3%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대적 선포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한 듯 이날 “산업 정책이 현장에서 체감효과가 낮다”며 “정부가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또 소통이 충분했는지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심지어 전략에서 언급된 전기차와 수소차, 미래유망기술 R&D 지원 모두 지난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 당시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 방안’에 담겼던 내용이다. 

그간 소홀했던 부품 산업 등이 포함됐다는 점, 제조업 혁신을 위한 방향을 정립했다는 점 등은 높이 평가할만 하나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된 이행이다. 더욱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창구를 개설해 피드백 하는 등 현장과의 소통도 적극 확대해야 한다.

그간 반복해 온 구태에서 벗어난 속도감 있는 이행을 기대해본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