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터지는 안전사고…흔들리는 대한민국 안전성
연일 터지는 안전사고…흔들리는 대한민국 안전성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2.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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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위험' 빌딩에 펜션 참사…"건축물 점검 철저해야"
공공분야 시설물 잇단 사고…정부 '긴급 안전점검' 실시
19일 붕괴 위험으로 응급 보강공사 작업이 시작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서 관계자들이 입주자 집기를 꺼내 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붕괴 위험으로 응급 보강공사 작업이 시작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서 관계자들이 입주자 집기를 꺼내 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이 붕괴위험 조짐을 보였고, 건물 관리 소홀로 우정여행에서 사망자가 나오는가 하면, 사회기반시설에서까지 안전사고가 잇따라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발생한 사고들 대부분에는 '인재(人災)'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 강남 빌딩부터 펜션까지…"안전한 곳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 새롭게 자리 잡은 불신 중 하나는 '생활하는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는 준공 27년 만에 붕괴 위험에 노출돼 부실시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강남구 '대종빌딩'의 사례만 봐도 충분히 이해된다.

서울 한복판의 대형 오피스텔인 대종빌딩은 올해 3월 강남구가 실시한 육안 안전진단 검사에서는 A등급을 받았다가, 지난달 말 인테리어 공사 중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이에 강남구가 지난 13일부터 건물의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19일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보강공사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이미 국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건물에 대한 관리 소홀이 친구들과의 추억 여행을 '악몽'으로 바꾼 사례도 나왔다. 지난 18일 수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은 강릉 경포의 한 펜션에서 3명이 숨지고, 7명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보일러 설비 부실에 따른 일산화탄소 노출로 추측되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올해 용산 상가 건물 붕괴, 상도동 유치원 건물 붕괴, 금천구 아파트 땅거짐 등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건축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 사회기반시설도 '위험'…'안전한 대한민국'은 어디

민간 건물 뿐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사회기반시설에서도 연일 안전사고가 일어나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에너지시설이다. 근래에 하청업체 노동사 사망사고, 열수송관 파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협력업체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용균(24)씨가 입사 두달만에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당시 김씨가 맡은 운송설비 점검 업무는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김씨는 4㎞에 이르는 구간에 홀로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는 850㎜ 열 수송관이 파열돼 80도 이상 뜨거운 물이 인근 도로 등에 쏟아지면서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는 조사 결과 원인 중 하나로 27년 된 낡은 배관의 관리 소홀이 지목되면서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꼭 필요한 장치인 ESS에서는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일어난 화재만 해도 총 15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업계는 ESS가 최근에 도입된 제품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원인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이외에도 다소 황당한 안전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비롯, KTX 강릉선 서울행 열차 탈선사고, 고양시 저유소 화재 등이 그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참사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안전한 대한민국'은 온데간데없어졌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안전 전수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 불안을 해소 할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민안전, 생명가치는 효율성 등 그 어느 것보다 우선하고 중요한 가치"라면서 "사고발생, 재발방지 대책 마련 이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은 반드시 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