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누출에 산산조각 난 고3 첫 '우정여행'
가스 누출에 산산조각 난 고3 첫 '우정여행'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2.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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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 첫 여행…서울 대성고 3학년 10명 참변
학부모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가슴 찢어져"
'강릉 펜션사고' 피해 학생의 SNS 글.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강릉 펜션사고' 피해 학생의 SNS 글.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힘들고 고단했던 입시를 마무리하고 대학생활의 기대감에 부풀어있었을 고3 학생 10명 중 3명이 하루아침에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살아남은 학생 7명도 현재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등학교 2~3학년 때 동고동락했던 학생들은 수능을 마친 후 지난 17일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으로 첫 '우정 여행'을 떠났다.

학교에는 개인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보호자 동의까지 얻은 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서울역에서 17일 정오께 강릉행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학생들은 열차 안에서 인스타그램에 '#우정여행', '#강릉'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환하게 웃는 셀카 사진 등을 올리며 여행 소식을 자랑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펜션에 도착 시간은 이날 오후 3시35분. 이들이 빌린 펜션은 2층짜리 건물로 방이 2∼3개가 있는 복층 구조였다. 학교·학원 등을 떠나 마음껏 놀고 떠들기에 차고 넘칠 정도로 넓은 펜션이었다.

학생들은 오후 7시40분까지 펜션 건물 밖에서 고기를 굽는 등 바비큐 파티를 했다.

지난 18일 강릉 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학생이 응급센터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강릉 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학생이 응급센터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행의 기쁨도 잠시, 학생들의 수능 후 첫 우정여행은 산산이 조각났다. 학생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18일 오후 1시12분께 업주 등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고, 학생들은 여기저기 구토한 흔적과 함께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사고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일산화탄소 측정치가 정상 수치(20ppm)보다 8배 가까이 높은 150∼159ppm으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펜션 보일러 배관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다. 학생들이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잠 들었다가 참변을 당했을 확률이 높은 이유다.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했던 부모들은 아이들 사고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한 학부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다니는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