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GM 실패한 국책사업 리스트에 이름 올리나
산업은행, 한국GM 실패한 국책사업 리스트에 이름 올리나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12.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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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낙제점…혈세만 ‘펑펑’
(사진=신아일보)
(사진=신아일보)

산업은행이 관여한 기업구조조정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에 수천억 원의 국민혈세를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GM의 법인분리는 현행 하나의 법인으로 묶여 있는 한국GM에서 연구개발, 디자인 분야를 분리해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세우는 것이 골자로 산업은행은 법인분리 계획이 모호하고 한국GM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노동조합은 한국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국GM의 법인분리를 두고 고심이 짙어지고 있다. 산은의 반대로 한국GM법인 분리가 어려움을 겪자 GM본사는 지적재산권 일부를 신설 법인과 한국GM에 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만료를 앞둔 비용분담협약(CSA)에 GM본사는 지적재산권 일부를 한국GM에 귀속하는 방안을 두고 개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에 지적재산권이 귀속될 경우 한국 시장 철수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한국GM을 생산법인과 연구개발 법인으로 분리하면 GM은 손쉽게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지만 지적재산권을 한국GM에 귀속할 경우 향후 매각 시 난항을 겪을 수 있어 지적재산권이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산은은 한국GM의 사업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면 법인 분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협상이 진척을 보였다. 하지만 17일 당정협의가 돌연 연기되고 18일로 예정된 한국GM의 이사회도 미뤄지며 또다시 안개 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은은 한국GM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공적자금 잔여금 4045억원을 연내에 모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GM 법인분리와 이를 둘러싼 먹튀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산은은 출자와 법인분리 논의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8100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모두 한국GM에 투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의 관리부실이 잇따라 노출되자 역량부족과 역할 부재를 지적했다.

산은은 현대상선과 대우건설, KDB생명의 기업구조조정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산은은 당초 1조원 정도만 투입하면 회생을 점칠 수 있다 했지만 1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향후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산은이 현대상선에 대한 기업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우건설도 올해 초 호반건설에 매각하려 했지만 모로코 등 해외사업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실이 드러나며 매각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을 수년 동안 관리해왔음에도 잠재부실을 제때 잡아내지 못해 산은의 관리부실이 논란의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산은의 자회사 KDB생명의 부실도 골칫거리다. KDB생명은 2014년~2016년 총 3차례에 걸쳐 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경영실적도 낙제점에 가깝다.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653억원에서 2015년 274억원으로 감소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761억원 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은은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 취지를 악용한 사실이 지난 10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2014년 11월~2018년 3월 사이 산업은행이 챙긴 자금조달 차익이 140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한국은행에 저리로 빌린 돈을 중소기업에 고리로 대출해 3년간 140억원을 챙긴 것이다.

감사원은 올해 한국은행 기관운영감사 때 산업은행이 한은에서 받아간 중개대출 자금 7799억원(올해 3월 말 기준) 가운데 6%인 1900억원에만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나머지 94%에는 더 비싼 일반대출 금리를 적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