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어 배당까지 ‘총수일가’ 챙기기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어 배당까지 ‘총수일가’ 챙기기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2.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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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이사장, 현대重 분할로 지주사 지배력 강화에 분할회사 지분까지
현대글로벌서비스·현대오일뱅크 발생 수익, 배당 상향 맞물려 쓸어담기
(사진=김성화 기자)
(사진=김성화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이어 배당까지 ‘총수일가 챙기기’에 나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7일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 금속노조 신승민 수석부위원장,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박근태 지부장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불황 극복 및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역량 집중이 요구되는 시기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 및 사업을 재편하며 총수일가 지배력과 이익만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을 ‘현대중공업지주(舊현대로보틱스)’와 ‘(존속)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등 4개 사로 분리한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2000년부터 9670억원을 들여 확보한 자사주 13.4%를 지주사로 전부 이전했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는 분할을 통해 부활했고 정 이사장은 본래 가지고 있던 현대중공업 지분 10.15%을 더해 지주사 지분 25.8%를 챙겼다. 정 이사장은 나머지 3개 분할회사 지분도 자사주만큼인 13.4%를 가져갔다.

정 이사장과 그 총수일가는 현대중공업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던 AS사업부문을 현대글로벌서비스로 분리로 발생한 이익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주사가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100%를 보유했고 수익도 그만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반면 AS사업부문 기회를 창출한 현대중공업은 쳐다만 보게 됐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대표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 설립 첫 해에 영업이익 600여억원,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배당을 통해 총수일가를 챙겼다. 2010년 현대중공업이 2조원대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확보한 현대오일뱅크 지분 91%를 지주사로 이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이 지분을 취득한 지 1년 만에 6372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맞춰 2019년 상반기 상장까지 준비하면서 최소 3조원에 달하는 지분가치 상승 이익도 가져갈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8월 현대중공업지주는 배당 성향을 70% 이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총수일가는 이로써 지주사 순이익 중 배당성향 70%와 정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 지분율 30.9%를 곱한 약 21%를 가져가게 된다.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지주 배당 확대를 위해 자본준비금 2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28일 개최할 것이라 밝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부의 종착점은 정 이사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로 귀결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 세계적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불황 영향으로 2015년 6만7000명에 달했던 현대중공업의 직원 수는 2018년 8월 3만2000명으로 감소했고 하청업체들 또한 다수 도산했다”며 “총수일가로 지배력과 이익을 집중시키기 위한 경영 의사결정은 현대중공업과 노동자,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은‘자본준비금 2조 원가량의 이익잉여금 전환’과 고액배당을 재고하고 이를 현대중공업의 안정적 일자리와 기술개발, 협력업체를 포함한 경영환경 개선과 장래 사업 발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투자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