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만연된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생떼 같은 목숨을 빼앗아갔다.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시 동료가 기계를 멈출 수 있도록 정규직이 2인1조로 하던 근무였지만 업무가 외주 체제에서는 1인 순찰제로 바뀌었다. 정규직의 근무처럼 동료와 함께 일했다면 방지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 하지만 업무가 외주 하청업체에 넘겨지면서 이미 안전의식은 값싼 노동력과 맞바꾼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는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연속이다. 당시 19세였던 김모군은 스크린도어를 홀로 점검하다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그때도 위험한 업무 특성상 주변 상황에 대처할 동료가 필요했지만 2인1조 근무는 지켜지지 않았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홀로 사고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에서 반복될지 모르는 위험을 우리는 그저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부터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시설물을 관리하면서도 안전관리보다 수익성을 우선시 하는 행태는 하루빨리 고쳐야 할 악습이다. 공공기관이 안전관리를 외주요역을 맡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까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관행은 결국 피해보상까지 떠넘기면서 막상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수익성과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것이다.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통항목에 안전평가가 신설됐지만 배점이 너무 작거나 단순히 사고발생 건수로만 채점하는 등 아쉬운 점이 많다. 공공기관들이 안전에 투자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성과 쌓기에 급급해 하는 분위기에서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안전제일’이란 문구가 많이 눈에 띄지만 안전에 대한 투자는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보니 안전관리에 돈을 쓰면 괜히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안전비용은 소모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인식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 김용균씨 같은 희생자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안전투자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으로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안전투자는 수익성이나 효율성과 맞바꿀 수 없는 항목이란 것을 각인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항목이 경영평가에서 절대적 잣대가 된다면 데자뷰같은 안전사고를 근절할 수 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