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의원 "안전검사 미흡…근본적인 대책 필요"
15일 故김용균씨 2차 추모제서 유품·생전 모습 공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설비가 불과 두 달 전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안 화력발전소는 지난 10월 11~12일 이틀간 석탄·석회석·석고 등 운반설비 안전검사를 받았다.
안전검사는 민간 전문기관인 한국안전기술협회가 맡았으며 육안 검사, 장비검사, 작동검사 등의 방법으로 진행됐다.
안전검사 항목은 △컨베이어벨트 안전장치 정상 작동 여부 △노동자에게 위험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의 덮개 등 안전장치 유무 △통로의 안전성 △비상정지장치의 적절한 배치와 정상 작동 여부 등이었다.
안전검사 결과 이 모든 항목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사고를 낸 운반설비뿐 아니라 다른 컨베이어벨트의 안전검사 결과도 모두 합격 판정됐다.
그럼에도 컨베이어벨트가 안전검사 합격 판정을 받은 지 두 달 뒤인 지난 11일 김용균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는 협착 사고로 숨졌다. 혼자 밤샘 근무를 하던 김씨는 비상정지장치인 '풀 코드'를 작동시켜줄 동료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사망사고를 초래한 컨베이어벨트가 불과 두 달 전 안전 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은 만큼, 부실 검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오는 17일부터 2주 동안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2인 1조 근무 등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혼자 해 긴급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없었다. 안전과 직결되는 교육이나 안전검사도 미흡했다"며 당국에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를 기리기 위한 2차 촛불 추모제가 지난 일요일인 지난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추모제에서는 김씨의 유품 사진과 김씨가 지난해 9월 한국발전기술의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하기 직전 자택에서 찍은 영상이 공개됐다.
유품에는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지시사항을 적어둔 것으로 보이는 수첩, 물티슈, 샤워 도구, 속옷 등이 포함됐고 유품 곳곳엔 석탄가루가 묻어 있었다.
특히 김씨의 유품에 사비로 산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식사시간이 부족해 휴대하고 있던 종류별 컵라면 등이 들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노동 현장에 만연한 '죽음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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