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활기차게 선배를 불러가며 의욕적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에너지 자체만으로도 활력이 불어넣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직장 내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하거나, 선후배 호칭이 오가더라도 그 결이 다른 경우가 있다. 파견근로자, 계약직, 프리랜서 등과 정규직 사이가 그렇다. 또 외주하청업체와 원청사 간은 갑을관계라는 계급논리가 적용되고 동료라는 인식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의 노동환경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공식적인 서열과 우열이 곳곳에 너무 많을뿐더러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하청업체 직원들 간에는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복지 등 처우에 격차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결국 사회갈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낳는다.
지난 11일에도 한 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2016년에는 외주화의 비극이라 불리던 구의동 스크린도 작업자 ‘김 군’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 군은 외주업체에서도 비정규직, 즉 계약직이었다. 정규직이 될 희망을 품고 열심히 일하던 청년이라 우리를 더 마음 아프게 했다.
이런 일련의 산업재해 때 마다 등장하는 비정규직, 하청업제들을 두고 위험한 일은 외주가 한다는 쓴 소리들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물론 중요하지만 비정기적 업무를 위해 정규직 사원을 두는 것보다 전문적인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급에서 원청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 사항들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고, 또 그럴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업장에는 고용부가 신속하게 조사와 제재에 나서야한다. 또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일어나는 재해 사고에 대한 책임은 해당기업의 최고책임자에게 강력한 처벌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게 산업안전보건법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IMF 경제위기가 만들어낸 비극적 직군인 아웃소싱 파견직에 관련해 근로자 파견법을 정부와 국회는대수술을 해서라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현행법상 파견근로자는 2년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직접계약직도 마찬가지다. 그 이상 사용할 경우 사업자가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에는 갖은 편법과 불평등 관행이 자행되고 있다. 저임금 노동착취가 만연하고 파견업체에 책임 떠넘기기, 문자한통으로 계약해지 하기 등 근로자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것이 파견직과 계약직이다. 급여나 복지는 둘째 치더라도 명절상여나 선물 같은 것들이 정규직에만 지급될 때 가장 서럽다는 근로자들의 얘기는 어렵지 않게 들어봤을 것이다.
정규직 사원의 대우를 해줄 만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파견직이나 계약직 근로자를 쓴다고 말하는 기업은 없다. 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업무특성상, 업무효율에 따라 그렇다는 그럴싸한 포장들을 하지만 결국은 애초에 차별적 구조 속에 비용절감이 주목적이라는 것은 아마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하청업체 직원이라서 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근로자가 감수하도록 강요받고, 파견직이나 계약직이 정규직과 심지어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복지에 차별을 두는 것은 이제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공공기관, 공기업, 대기업에 먼저 나서고 불합리한 법제는 과감히 바꿔야 한다.
중견, 중소기업 등 전 민간기업에 까지 불평등과 부당한 근로환경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