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졌다는 우려가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연도별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2년 이후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숫자가 2.5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통계다.
코스피 상장 578개사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기업은 268개사로 전체의 46.4%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도 344개사로 59.5%에 달했다. 결국 한국을 먹여살릴만한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이 과거처럼 유효하지 않은데 신산업을 육성하는 선제적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서 성장엔진이 식어버렸다는 분석이다. 규제개혁 입법이 번번이 무산되는가 하면 재벌개혁 기조로 인한 대기업의 부담이 가중된 것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부터 경제상황과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첫 정례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다음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데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현 경제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엄중하다는 얘기지만, 다른 한편으론 임기 60개월 중 20개월이나 지날 때까지 경제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여긴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으로 체감되고 있지 않다면서 새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진다는 점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악화된 일자리는 해소되지 않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비롯된 남북화해 분위기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평화=경제’라는 인식이 고조됐지만 최근 2차북미정상회담이 난관에 부딪쳤다. 기대했던 종전선언과 김정은 위원장 연내 답방도 무산됐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뒤늦게 경제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도 꼬여버린 북한문제로 1년 농사가 물 건너갔기 때문이란 주장도 무리스럽지 않아보인다.
오는 17일 문 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챙기겠다고 한다. 내년은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경제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경제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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