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유족, 가해자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패소
‘이태원 살인’ 유족, 가해자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패소
  • 안우일 기자
  • 승인 2018.12.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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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소송서 일부 승소해 배상받아 각하‧기각”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아더 존 패터슨.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아더 존 패터슨.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조씨의 유족이 아더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낸 6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두 명의 살해 행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각하한다”며 “미국으로 도주한 패터슨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한다”고 13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종료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족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당시 22살이었던 조씨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현장에 있던 패터슨과 리 중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으나 2011년 재수사 끝에 진범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리도 공범이라는 판단이 있었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처벌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 각하 또는 기각된 소송은 유족 측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조씨 살해 혐의와 패터슨의 미국 도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지연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살해 행위에 대해 이미 유족들이 과거 두 사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만큼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며 “패터슨이 검찰 수사 도중 미국으로 도주한 것이 그 자체로 민법상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앞서 유족 측이 가해자들로부터 위자료를 받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리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인 2000년 유족은 ‘두 사람이 공모해 조씨를 살해했거나 적어도 두 사람 중 한 명이 고인을 살해하고 다른 한 명이 이를 교사‧방조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2억7000여 만원의 위자료를 받은 바 있다.

유족 측은 선고 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는 “과거 리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항소심까진 이겼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민사소송 청구도 기각됐다”며 “기판력 때문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즉 측은 사건 당시 부실 수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6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국가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은 수사와 공소제기가 잘못된 것인 만큼 국가 배상 소송에서 충분한 배상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awils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