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취임 후 달라졌다? "공정위는 변하지 않았다"
김상조 취임 후 달라졌다? "공정위는 변하지 않았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2.12 16: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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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질타 당한 현대차, 1주일 후 공정위 동반성장 대통령표창 수상
대기업 갑질 피해자들 "공정위에 대한 믿음, 오히려 피해자들 불리하게 만들어"
10개월 기다리고 들은 대답 "담당자 바꼈으니 다시 조사해야 한다"

올해 10월31일 ‘2018 동반성장 주간행사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조성운 이사는 개인 자격으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각각 6명 곳에만 수상된 비중있는 상이다.

지난 10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위)와 31일 '2018 동반성장 주간행사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현대자동차(아래) (사진=신아일보 DB, HMG 저널)
지난 10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위)와 31일 '2018 동반성장 주간행사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현대자동차(아래) (사진=신아일보 DB, HMG 저널)

이보다 앞선 같은 달 15일은 정재욱 구매본부장, 25일에는 이원희 사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와 불법적 금형탈취 등 2차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갑질 피해자들은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당한 기업이 1주일 만에 공정위가 운영하는 동반성장 수상을 한 현실이 어이없기만 하다.

12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정위 개혁, 피해자에게 길을 묻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국 대표이사는 현대차 2차 협력업체 MK정공을 운영하다 현재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부당한 납품단가로 인한 경영난에 대한 손실 보상을 요구하다 부품 생산을 위한 금형도 탈취 당하고 신용불량자 딱지만 남아 있다.

주 대표는 “현대차의 전속거래 하에서 자동차 산업에 기여해왔는데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와 금형탈취를 당한 우리에겐 남은 것이 없고 저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런 현실보다도 더 피해자들을 막막하게 만드는 건 공정경쟁을 책임진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태도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협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현대차의 납품단가 인하는 간단하게 현행 하도급법에도 명시적으로 위반되는 사항이다”며 “현대차는 이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다’, ‘사전에 약정했기에 법 위반이 아니다’라 하고 공정위는 ‘효율성이 있다’, ‘신고 대상이 아니다’ 등의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운용하는 동반성장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은 일정 기간 공정위 직권조사를 면제 받는다. 이 사무처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고사건 중 243건, 1년에 50건 정도가 이들 면제대상 기업과 관련돼 있다.

243건 중 경고 조치보다 낮은 '주의 촉구'가 1건, '경고'가 5건, '시정명령'이 1건이며 나머지 236건은 무혐의 내지 심의종료 처리됐다. 법 위반 제재비율이 2.9%에 불과하다.

김임석 미래텍 대표는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정위 개혁, 피해자에게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공정위의 존재가 오히려 갑질 피해자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사진=김성화 기자)
김임석 미래텍 대표는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정위 개혁, 피해자에게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공정위의 존재가 오히려 갑질 피해자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사진=김성화 기자)

현대차 2차 협력업체 미래텍을 운영하던 김임석 대표는 2014년 1차 협력업체 두올산업㈜으로부터 생산량 부족을 이유로 공장 증축을 요구해 언양공장을 신축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다른 발주량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것은 물론, 미래텍이 개선한 공정 기술을 경쟁사 직원들에게 알려줬다. 미래텍은 불합리한 하도급거래로 인해 발생된 손해에 대해 보상을 요청했다. 두올산업은 미래텍 앞에서 손실 보상을 합의하고는 공갈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며 미래텍을 고소한 상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래텍과 올해 말까지 거래하도록 계약된 동진이공㈜에게 지난 7월 거래를 종료하고 타 업체와 거래할 것을 지시했다.

김 대표는 이런 사항을 공정위에 알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김 대표는 “처음 공정위 부산 사무소를 찾아 갔을 때 공정위 직원은 ‘공정거래법에 (어떻게 해당되는지)알아서 정리해와라’, ‘민사로 가는게 쉬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공정위의 태도는 공정위만 믿고 기다리는 우리 같은 피해자들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손정우 자동차산업 중소하청피해자협의회 대표도 “2017년 신고를 하니 공정위에서 ‘약정 CR(Cost Reduce)은 효율성을 따지기 때문에 법적으로 건들 수 없고 원청사는 빼라’고 하더라”며 “심지어 (대형로펌인)김앤장에서 움직였다, 김앤장에서 4번이나 왔다는 말도 건낸 후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늦어지는 사건 처리는 공정위에 대한 고질적인 지적 사항이다. 기계부품가공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진테크의 이성필 대표 또한 부당한 납품단가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이 대표는 “공정위에 신고를 하고 어렵게 10개월을 견디고서 받은 대답이 ‘담당자가 변경돼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억울해도 공정위 조사에 영향을 줄까 큰 소리 한 번 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후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내부 직원들은 달라진 것 없다는 얘기가 피해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동원 공정위 기업집단국 기업거래정책과장은 “공정위가 해오지 못했다는 질책 부분은 겸허하게 반성하고 수용하고 제도 개선과 집행에 있어서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공정위가 하도급법에 근거해 할 수 있는 조치에 피해 구제는 포함돼 있지 않으며 이는 검찰이나 경찰 등 제3의 기관을 경쟁적으로 붙여놔서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자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장은 "공정위가 이런 사건을 독점적으로 담당하고 이에 따라 과부하가 발생한다고 말하지만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없어졌다고 봐도 좋다"며 "동반성장 포상 부분은 직권 면제를 받아도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가 들어가는 등 모든게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