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한진칼 지분으로 0.01% 대한항공 지배한 한진일가 떠올라
두산그룹이 여느 그룹보다 높은 지주사 지분율을 통해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액주주를 위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계열사가 없어 더욱 효과를 내고 있다.
12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두산의 내부지분율은 70.71%다. 이는 그룹 소속 상장기업 평균 내부지분율 49.8%과도 차이가 크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지주사 내부지분율 중 친족 지분율이 43.55%로 국내 10대 그룹 평균 지분율 1.67%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친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48.52%며 이중 가장 높은 지분을 가진 사람은 박정원 회장으로 지분율은 6.96%에 그치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4.04% 박용곤 명예회장 1.51% 등 총수일가 친인척들이 소수의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지주사에 집중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주사와 달리 그룹의 다른 상장 계열사들은 계열사 등에 의한 내부지분이 46.61%며 총수일가 지분율은 1.74%에 불과하다. 이는 10대그룹 친인척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평균 지분율 1.67%와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수직적 구조의 지주사 체제에서 높은 지주사 지분율은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예를들어 올해 대표적인 오너리스크를 겪었던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28.96%를 보유해 대주주이지만 대한항공 지분은 0.01%였다. 하지만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함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런 총수일가의 영향력은 집중투표제의 부재로 더 힘을 발휘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진 선임 시 주주총회에서 1주 1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그룹 내 상장회사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이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지주사인 두산과 두산건설은 서면투표제만 도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국내 10대 그룹과 26대 그룹의 집중투표제 평균 도입 비중이 각각 23.3%, 28.6%인 점을 고려하면 두산그룹 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비상장 계열사 2개사에 불과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