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항공사 믿고 비행기 탈 수 있을까?
[기자수첩] 공항공사 믿고 비행기 탈 수 있을까?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8.12.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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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고를 보고 있으면 '하인리히 법칙'이 떠오른다. 이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징후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응하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수 있다.

이런 징후를 24시간 이 잡듯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공항이다. 하늘길을 통해 이동하는 교통수단인 '비행기' 사고는 대형 인명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경을 넘나드는 관문이라는 점에서도 공항에서의 안전·보안관리는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항의 관리 수준은 어떨까?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의식 수준을 보면 대략 짐작이 된다.

공항공사는 올해만 2번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보안검색을 스스로 생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혜다 뭐다 말이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공항의 보안이 언제든 뚫릴 수 있다는 징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항보안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공항공사 내부에서는 일명 '의원 프리패스' 사건을 두고 반성의 목소리는 커녕 "실수일 뿐"이라던가 "별것 아닌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렇다 할 대책은 보이지 않고, 사건 당사자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항공사는 처음부터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지금도 별반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강릉선 KTX 열차 탈선 사고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물러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 사장은 최고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탈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보안이 탈선했다면, 그 문제의 크기는 감히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 아닐까? 안타깝게도 사장이 장기간 공석인 공항공사에는 물러날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없는 모양새다.

항공 여객은 안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라는 교통수단은 존재 이유가 없다. 공항공사가 스스로 만들어 낸 징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