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함께 했더니 남은건 범죄자 낙인 뿐”
“현대차와 함께 했더니 남은건 범죄자 낙인 뿐”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2.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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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공업·서진스탭스·이씨엠알 등 현대차 2차 협력업체 공갈죄로 고소 사례 늘어
부당한 설비투자, 불합리한 납품단가 보상 요구에 법률 대응 후 거래 관계 끊어
(사진=김성화 기자)
(사진=김성화 기자)

현대자동차와 함께하며 자동차 산업에 기여했던 협력업체들이 지금은 범죄자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손정우 자동차산업 중소하청업체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아마 다음달 예정된 결심 공판이 지나면 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인 태광공업을 운영하며 1차 업체인 서연이화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던 중 현재 공갈죄로 고소를 당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태광이 경영난을 겪자 서연이화는 태광과 M&A를 추진하다 M&A 계약서를 작성한지 4일만에 취소했다. 그리고 2주 후 서연이화는 손 대표를 고소했다.

손 대표는 “법원은 2차 협력업체가 납품을 안하거나 거부하면 1차 업체가 현대차로부터 과도한 클레임 받아 생존에 문제가 생기고 또 자동차 산업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 2차 협력업체인 서진스탭스를 운영하던 조광희 씨는 현재 칼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였던 남편이 1차 협력업체인 말레-동현 필터시스템으로부터 공갈죄로 고소를 당해 복역중이기 때문이다.

조 씨는 “음식장사라고는 해본적 없던 제가 칼국수 집을 하게 된 건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라며 “말레-동현 필터시스템은 2014년 이후 서진스탭스가 입은 금형제작으로 인한 손실, 불합리한 납품단가, 설비투자 등에 따른 손실 보상 요구에 대해 공갈죄 고소로 응답했다”고 말했다.

(유)이씨엠알도 마찬가지다. 1차 협력업체 SH글로벌은 거래하던 2015년 이씨엠알 김영민 대표에게 신규아이템 개발을 지시해놓고 개발이 완료되자 이를 다른 업체에게 넘겨 피해를 입혔다. 김 대표는 손해를 견디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했고 SH글로벌은 회사 직원 20여명과 지게차를 가지고 이씨엠알의 금형과 부대설비를 강취하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SH글로벌은 고소로 맞대응 했다.

김 대표는 “갑질을 당하는 2차 협력업체가 상위 업체들이 얘기하는 주장을 행하지 않으면 범죄자가 돼버리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탈취하는 일이 최근까지도 존재하긴 하지만 이제는 고소라는 법률적 힘을 이용한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진서테크, 지아이에스, 두성테크, 대진유니텍 등도 모두 비슷한 사례로 고소를 당한 기업들이다.

손 대표는 “피해자협의회 소속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선 교도소로 가는 게 오히려 더 쉬울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에서는 ‘납품단가 인하를 안하고 싸인을 안하면 되지 않나’, ‘ 공정위 신고 왜 안했나’, ‘민사를 걸면 되지 않나’ 등 현실을 모르는 말을 피해자들에게 너무나 쉽게 내뱉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아버지이자 태광공업을 맡아 운영하던 손영태 회장은 이날 사례 발표에서 “대부분 1차 업체들이 대형로펌인 ‘김앤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중소업체로서 대기업과 대형로펌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매우 힘들고 괴롭기에 지금 당장 이런 공갈죄로 고소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