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측, 첫 재판부터 檢과 날카로운 '신경전'
임종헌 측, 첫 재판부터 檢과 날카로운 '신경전'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2.10 16: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호인 "일본주의 위반" 공소기각 주장
검찰 "범행 경위 기재해야…수긍 못해"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재판부터 검찰과 임 전 차장 측 변호인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했기 때문에 공소기각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야말로 재판 공정성이 침해된 사건이라며 변호인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들어가기 전 주요 쟁점과 입증계획을 정리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임 전 차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은 이날 "이 사건 공소장은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재판 부는 공소장을 면밀히 살펴서 공소기각 판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돼야 하는데, 법관에게 피고인이 유죄라는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등을 적은 소제목들과 '청와대와 여권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다'와 같은 부차적 설명이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과 관계가 없는 동시에 법원에 잘못된 예단을 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으로 공소 기각이 나온 구체적 판례도 제시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에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가 공소기각 판결된 점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적극 반박했다. 내용 기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기각 판결은  증거 관련 부분이 공소장에 기재된 경우였다"며 "변호인이 지금 이 사건에서 지적한 부분은 대부분 범행 경위를 적은 것"이라며 예시로 든 판결과는 궤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은 수년에 걸쳐 법원행정처 배부, 사법부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범행 동기와 목적을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된 사안"이라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진실을 규명하려는 재판인데 일본주의를 얘기하면서 사건 실체에 대한 심리를 포기하라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양측은 재판에 활용될 증거목록 등을 두고도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지난달 사건 서류 등 재판을 위한 증거목록 제출을 마쳤지만, 변호인은 검사가 보관한 사건 서류 등에 대한 열람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검찰은 증거 기록 범위를 전체의 40% 정도로 제한했는데 7만쪽에 달하는 기록 중 40%는 의미가 없다"며 "증거는 진술 조서와 서증자료를 연계해서 봐야만 의미가 있는데 (검찰이 제시한 내용만으로는)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일부 제한을 했다"며 "법에 따라서 진행한 것이고, 그래도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허용 범위 내에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소 기각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19일 오후 2시에 공판준비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박근혜 정부가 민감하게 여긴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14일 구속기소 됐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