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 대한민국, 적정 공사기간서 출발
[기자수첩] 안전 대한민국, 적정 공사기간서 출발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8.12.0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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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튼튼한 집과 건물에서 생활하길 원한다. 회사와 학교까지 가는 길과 교량, 철도가 안전하길 바라고, 그럴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신뢰는 번번히 우리를 배신한다. 멀쩡해보이던 다리와 건물이 주저 앉는가 하면, 도로는 함정을 파놓은 듯 꺼져 내리기도 한다.

회사에 출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공공연히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 가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이 '공든 탑'을 쌓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각종 인프라 및 공공시설 건설을 시행하는 공공발주처의 공사기간 산정 기준이 지극히 비현실적인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비현실적 공사일정이 현장 작업자들을 위험을 내몰고, 공사품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공사기간은 실제 공사를 할 수 있는 날과 공사를 할 수 없는 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하지만, 발주처별로 모호한 기준을 제각각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사를 할 수 없는 날에 대한 인식이다. 정부 스스로도 혹한기·혹서기 건설현장 안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공사기간 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요소가 됐다.

공사기간 계산법 자체가 복잡해졌고, 빨리 짓고 싶어도 빨리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도 공사 경험이 많은 LH나 철도공단은 자체적으로 공사기간의 적정성을 검토할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기관들은 그렇지 못하다. 공공발주처가 황당한 공기를 들이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높으신 분들이 "안전하라"고 해서 안전해지는 게 아니다.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들이 '당부'와 '사과'를 아무리 반복해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과 대전 사이를 이동하는 운전자에게 "안전운전해서 1시간 만에 도착하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국토부가 공기 산정과 관련한 연구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이 아닌 현실적인 결과를 도출해 현장에 제대로 적용하길 기대해본다.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다.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은 당국자들의 백마디 말이 아닌 공공기관의 적절한 공사기간 산정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신아일보] 황보준엽 기자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