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못 쓰는 항공 마일리지…대한·아시아나항공 배만 불릴까
마음껏 못 쓰는 항공 마일리지…대한·아시아나항공 배만 불릴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8.12.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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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마일리지 소멸은 위법”…조양호·박삼구 회장 고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누적액수 2조7000억원 달해
회계상 부채로 기재돼 소비자들 마일리지 못 쓰면 항공사만 이익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내년 항공 마일리지 소멸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회계상 부채로 남게 되는 마일리지를 유효기간으로 둔 채 제한된 사용처만 제공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멸시효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6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단체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8년 기준 90.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약관을 개정해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정하는 건 위법이라고 본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지난 2008년 7월, 같은해 10월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10년이 되는 내년 1월 1일부터 마일리지가 소멸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따로 없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로 기재돼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넘기게 돼 쓰지 못하면 두 항공사의 부채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항공사별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마일리지 누적액은 대한항공이 2조161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5878억원이다. 소비자들의 마일리지가 두 항공사 합쳐 모두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이 두 항공사의 부채만 줄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일리지를 쓸 곳이 적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도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성수기에 항공권을 구매하기 힘들거나 특정 항공업체 계열사에서만 사용하도록 한정돼 있는 등 다양한 사용처를 찾기 힘들다. 또 마일리지 가치를 낮게 평가해 마일리지로 상품을 구매할 때 더 비싼 값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5일 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안에는 여름 휴가철 등 극성수기에도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항공 좌석이 전체의 5% 이상 배정하고 마일리지로 예약된 항공 좌석의 비율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취소 수수료도 일반 예약분과 같도록 만드는 등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마일리지 사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일부 불리한 점만 지목했다는 것이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전 세계 주요 호텔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도 있는 등 항공 마일리지 사용 방법이 더욱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스스로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나 불리한 사항을 개선하려 나서지 않는 만큼 국토부의 더욱 다양한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며 “아직도 마일리지 소멸에 대해 잘 모르거나 사용할 곳이 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은 결국 마일리지 소멸로 인해 권리는 제대로 찾지 못하고 항공사들 부채만 줄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