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재수 유서 공개…"'세월호 사찰' 단죄, 안타깝다"
故이재수 유서 공개…"'세월호 사찰' 단죄, 안타깝다"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2.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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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복잡한 정치상황 얽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진=연합뉴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유서가 8일 공개됐다.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인 임천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취재진들 만나 이 전 사령관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해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심사를 담당해 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썼다.

이어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 준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60평생 잘 살다 간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사령관은 전날 오후 2시 48분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의 한 오피스텔 13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이날 해당 건물에 있는 지인 회사를 방문했다가 외투를 벗어둔 채 로비로 몸을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했으나, 이 전 사령관은 숨을 거둔 상태였다. 시신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4월부터 7월까지 기무사 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동향을 지속적으로 사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경찰청 정보국으로부터 진보단체가 주최하는 집회계획을 수집해 보수 관변 단체인 재향군인회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달 3일 법원은 "구속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