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에게 유독 찬 한파주의보
[사설] 서민에게 유독 찬 한파주의보
  • 신아일보
  • 승인 2018.12.06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주말 전국에 한파 주의보가 내려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아침 중부 내륙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기 내륙과 강원 영서 지방을 중심으로 한파 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경우에도 7일 아침 영하 9도, 8일 아침에는 영하 11도까지 떨어진다는 소식이다. 서울에서 12월 상순의 최저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것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예전부터 겨울추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온다고 했다. 이번 12월 추위가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지난 5일 마포구청에서는 강제 철거로 집을 잃고 거리를 전전하다 한강에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된 철거민 박준경씨의 죽음을 두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주최한 단체에 따르면 고인은 3번의 철거 강제집행으로 모든 것을 잃은 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이들은 아현동 철거민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국가가 아현동 철거민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강제집행을 할 때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집행관이 있어야 함에도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도, 서울시 담당공무원도, 인권지킴이도 없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경기가 위축되고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고통은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도시빈민과 소득이 없는 노인들, 사회의 그늘에서 허덕이는 쪽방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추위에 떨게 된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에서 사회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지만 이미 고착된 빈부격차의 벽을 허물거나 동절기를 안심하고 보낼만한 온정에는 한없이 모자란다. 당장 삶의 끄트머리에 서서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연말연시의 화려한 조명탑이나 크리스마스 캐럴은 사치요, 환상일 뿐이다.

동절기를 맞아 시름거리가 가시지 않는 계층은 또 있다. 한 때 자신들을 중산층이라 믿었던 서민들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겨울나기가 녹록치 않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게부채는 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가계소비를 억제해야 하는 직접적 이유가 돼버렸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을 내놓고 밀어붙였지만 정책변화로 인한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부메랑이 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이상기류가 만들어졌다. 결국 혜택을 보는 측과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측의 대결 양상이 돼버렸다.

벌써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한해의 감사와 새해를 축원하는 인사를 나눈다. 서로 덕담을 나누면서 훈훈한 연말연시를 기원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따뜻한 온기, 훈훈한 인정이 턱없이 모자란다. 12월 한파가 추운 이유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