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주형 일자리’, 두 바퀴로 갈 수 없다
[기자수첩] ‘광주형 일자리’, 두 바퀴로 갈 수 없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8.12.06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중심을 잡아야 할 광주시가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어서다.

노·사·민·정이 합의를 통해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새로운 노사 상생 모델이라는 구상으로 지난 2014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을 내세우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역에 부품 업체를 유치하고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초기 밑그림은 광주시에 친환경 전기차 공장을 만들고 연봉을 약 4000만원 정도로 책정하자는 것이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광주 지역 사회와 시민들은 물론 정부도 환영하며 적극 나섰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이자 주요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초당적 지원을 약속했다. ‘민’과 ‘정’이라는 두 바퀴는 확실히 장착됐다.

하지만 지역 노동계와 현대차 노조인 ‘노’와 현대차인 ‘사’라는 바퀴의 조율이 문제됐다. 협상에 나서는 광주시는 지역 노동계 입장을 담은 합의안을 내놨다가 재차 현대차가 원하는 방안을 합의안에 담았다. 여기서는 이 방안을 담고 저기서는 다른 내용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후 사업의 협상은 지난 5일 현대차와 마지막 협상에 앞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5년 간 임금·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내용을 두고 지역 노동계가 반발하며 멈췄다. 광주시는 다시 협의회 일정을 미뤄가며 같은날 조건부 의결하며 극적인 공동 결의를 이뤄냈지만 이번엔 현대차가 투자 타당성을 이유로 다시 협상을 거부하고 나섰다.

광주시는 우선 현대차와 노동계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듣고 설득과 합의에 나서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지난 2일 처음으로 현대차 노조와 대화하는 등 뒤늦은 설득에 힘을 쏟았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처음부터 반대해 왔고 결국 넘어서야 할 마지막 관문이 됐다.

광주형 일자리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노·사·민·정이라는 네 바퀴가 안정적으로 장착돼야 한다. 6일로 예정됐던 현대차와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사·민·정 세 바퀴뿐이다. 하지만 광주시가 흔들리면 네 바퀴가 장착돼도 차량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