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절반, CSR평가 받아…관리 ‘비상등’
수출기업 절반, CSR평가 받아…관리 ‘비상등’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12.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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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성과 요구 강화 추세…미흡시 납품 배제·거래 중단 등 불이익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소규모 가구업체 A사는 지난해 미국 글로벌 유통사에 납품을 준비하던 중 CSR 평가를 요청 받았다. A사는 150만원의 심사비용을 내고 CSR 평가를 받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숙소의 안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납품이 무산됐다.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둔 B사는 최근 공장부지 내에 기도시설을 세웠다. 글로벌 고객사가 근로자의 종교적, 문화적 특성을 배려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B사는 “종교시설을 세우지 않으면 거래가 끊길 우려가 있어 수천만원을 들여 기도시설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면서 수출기업의 CSR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국내 수출기업 120여개사를 대상으로 ‘수출기업의 CSR리스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54%가 글로벌 고객사에 수출·납품 과정에서 CSR 평가를 받았다.

평가를 받은 기업 5곳 중 1곳(19.1%)은 “평가 결과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들은 평가 결과에 따라 ‘협력사 선정 배제’(61.5%), ‘해결 후 조건부 납품’(38.5%), ‘납품량 축소’(15.4%), ‘거래 중단’(7.7%) 등의 피해를 입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CSR 관리 범위를 1차·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CSR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5월 인권, 노동, 환경, 뇌물 등에 기업 스스로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사 지침을 발표한 바 있으며, 주요국들도 기업의 책임경영을 자국법 또는 국가간 투자협정 등에 반영하는 추세다. 

문제는 CSR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 상당수 기업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CSR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지만 실제 경영에 반영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CSR 평가와 관련한 애로사항으로 ‘서로 다른 인증과 중복 자료 요구’(5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 밖에 △영업기밀 등 과도한 정보요구(47.5%) △비용부담(41%) △기업 특성에 맞지 않은 자료 요구(37.7%) △대응시스템 부재(36.1%)등도 어려움이라 답했다.  

기업들은 CSR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 ‘컨설팅과 교육 제공’(56.3%)을 가장 많이 꼽았고 △필요한 정보 공유(50.8%) △인증·심사 등 비용 지원(45.2%) △CSR 인증제도 신설 및 해외인증과 상호인정(39.7%) △CSR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38.9%)등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CSR 평가를 받은 분야는 ‘환경’(93.8%)이 가장 많았고 ‘안전·보건’(83.1%), ‘노동’(80%), ‘인권’(75.4%), ‘윤리’(73.8%), ‘공급망 CSR 관리’(61.5%), ‘지배구조’(56.9%), ‘분쟁광물’(46.2%) 순으로 나타났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