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의 날’ 1000대 상장기업 중 299곳 위태로웠다
‘국가 부도의 날’ 1000대 상장기업 중 299곳 위태로웠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2.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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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XO연구소 부채비율 조사, 1996년 463%→1997년 589%
400% 이상 기업도 299개에서 342개로…연쇄도산으로 이어져
부채비율 175%로 양호…이젠 유동성 보다 산업경쟁력이 문제 
(사진=한국CXO연구소)
(사진=한국CXO연구소)

‘국가 부도의 날’이 우리나라를 덮친 지 30년이 지나는 동안 국내 기업의 견실함도 크게 달라졌다.

6일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1000대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이들 기업의 부채 비율은 175%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재무 건전성이 좋다고 평가된다.

IMF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견실해진 모습이다. 외환위기 직전 1996년 1000대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463%로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이 비율은 1년 후 589%까지 치솟았고 수많은 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졌다.

이들 기업의 부채 규모도 같은 기간 569조원에서 727조원으로 1년 새 27.7%가 급증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당시에는 부채비율이 높다고 대기업과 은행까지 실제 도산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며 “다만 당시 정부가 외환보유고 정보 등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의 높은 부채를 단계적으로 관리해나가는 정책을 펼쳐 나갔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해갈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이 300% 이상이면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잠식하며 400% 이상 되면 기업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으로 본다. 1996년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가는 기업은 299개로 이미 1000대 상장사 중 1/3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며 1997년에는 이마저도 342개까지 늘었다.

2010년 이후를 보면 이제 과거와 같은 우려는 지워도 될 듯하다. 2010년 189%로 낮아진 부채비율은 2011년 191%, 2012년 186%, 2013년 179%, 2014년 183%, 2015년 182%, 2016년 179%, 2017년 171%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000대 상장사 총부채 규모는 2162조9369억원이며 자본은 1246조6161억원이다. 

오 소장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정부가 기업의 부채비율을 어느 정도 관리해 나감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유동성 문제 보다는 자동차·조선 등 산업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