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법치’ 사법농단,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기자수첩] ‘탈법치’ 사법농단,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8.12.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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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의혹 수준에 머물렀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전범기업 측 법률대리인을 양 전 대법원장이 만난 사실과 옛 통합진보당 관련 항소심 재판부 배당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각종 사안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단순히 사법부 조직의 타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양승태 사법부가 법치의 의미를 훼손한 사건으로 해석돼야 한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국가권력기관이 국민의 뜻으로 만들어진 법에 근거해서 권력을 유지하고, 정당화하며 이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도의 본질은 국가와 국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자가 법에 따라 통치하는 데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는 권력자의 자의적인 통치, 즉 인치(人治)로 흘러간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양승태 사법부의 이번 행보는 아주 위험하다. 권력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쫓는 방향으로 사법부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삼권 분립의 한 기둥인 사법부가 원칙을 위반하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권력자의 편에 서는 것은 군주가 곧 법이 되는 절대 왕정 시기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이미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터.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근본적 존재 이유를 되새기며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농단 적폐세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늦었더라도 사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빠짐없이 밝혀내야 한다.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는 수사가 필요한 때다.

규명되지 않은 의혹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종국엔 또 다른 탈법치를 낳게 될 것이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