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조조정 내몰린 카드사와 유관 종사자들
[기자수첩] 구조조정 내몰린 카드사와 유관 종사자들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12.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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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죠”

카드업계 한 관계자가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푸념 섞인 어조로 던진 말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및 마케팅비용 절감 정책 발표 이후 카드사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롯데카드는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삼성카드는 매각설에 휩싸였다. 설립 이래 첫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현대카드도 내년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계 카드사도 노심초사다. 내년부터 수익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은행 통합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카드사는 청산해야 할 금융 적폐로 몰렸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수수료를 받고 그 이익으로 이용 고객에게 부가서비스를 제공했는데 30년 넘게 이어온 기존 시스템은 단번에 무시당하고 카드사만 유독 나쁜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의아스러운 점은 또 있다. 2003년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분사에 성공했다. 이후 카드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됐다. 중요한 것은 카드사 분사를 승인해 경쟁을 유도한 곳이 바로 금융당국이다. 애초에 금융당국이 카드 분사 승인에 신중했거나 영세 가맹점 보호를 위한 대안을 마련한 이후 자율경쟁을 유도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번 수수료 인하 정책이 포퓰리즘은 아닌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사회적 목소리가 컸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영세 가맹점들의 요구가 뜨거웠다. 정부 입장에서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한쪽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면 자칫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수익 감소로 카드사는 물론 하위 밴 대리점과 카드 모집인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관련 유관 종사자만 현재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론을 의식해 사후약방문식 정책을 쏟아낸다면 관련 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독이 될 수 있다. 때론 침묵이 더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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