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사업으로 신도시 등을 조성했지만, 지금은 물량보다도 가격이 더 큰 논란이 된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라도 주택가격을 낮추면 시장이 안정될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상적으로는 그렇다.
최근 이슈인 분양원가 공개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한다. 주된 내용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공사원가를 공개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7년 처음 도입돼 공공택지 61개와 민간택지 7개 원가 항목이 공개됐다. 이후 2012년에 공개항목이 12개로 축소됐고, 2014년에는 민간 공개의무가 폐지됐는데,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2개로 확대하자는 것이 지금의 논의다.
이 제도는 지금껏 건설업체들이 주택공급과정에서 과도한 이익을 누려왔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기에 잘못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선분양제보다 이익률이 낮을 후분양제 택지 공급입찰에 다수의 건설사가 참가했다는 현상을 근거로 든다. 더 나아가 국내 건설사들의 이익은 기술력이 아닌 하청업체 후려치기에서 나왔으니 그만큼 분양가를 낮춰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본고에서 건설사들의 이익이 적정한지를 논할 생각은 없다. 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후분양제가 미완성인 제도라는 점도 논외로 한다. 하지만 지금의 분양원가 공개논의에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가 더해진다면 분명 더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건설사의 공사수행능력이 하청업체 후려치기와 동의어는 아니다. 업계에서 현장 소장에 따라 공사 실행률이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는 장비와 인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할수록 공사비의 낭비요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1군 업체라고 해서 S사와 K사의 실력이 같지는 않다. 해외 선진국 건설업체들의 노하우는 시공관리 능력에 있다.
그리고 현재 건설공사 내역서는 공통된 세부 작성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기업회계기준에 맞춰 작성하는 재무제표처럼 각 기업이나 현장을 동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이는 실제 건설공사 내역서를 다수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마감재만 바뀌어도 공사원가가 달라져서 이를 공개해도 실익이 없다는 건설업체의 주장이 여기서 기인한다.
또한, 분양원가 공개가 주택가격을 낮추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확신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국내의 아파트 분양가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통한 분양가상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가공개로 아파트 공급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곧 분양가상한제의 상한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만약 과거로 돌아가 지금까지의 모든 아파트 분양가를 10%든 20%든 조정한다면 지금의 부동산문제가 개선됐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주위의 시세에 맞춰 가격이 오르는 로또아파트 문제는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얻는 시세차익도 정당한 수익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분양원가 공개가 가져오는 실익도 분명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논란의 여지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끄는 제도가 될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