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하다. 특히 논란의 진원지가 청와대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한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는 수사관이 경찰이 수사 중인 지인의 사건에 대해 사적으로 알아보다 들통이 났다. 조사 과정에서 근무시간에 골프를 친 사실까지 드러나자 같이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도 함께 쳤다고 물고 늘어졌다. 이른바 혼자 죽을 수 없다는 물귀신 작전 덕에 조직적인 기강해이가 드러나면서 특감반원 전원이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공직자들의 비위와 기강해이를 감시·감독해야할 민정비서관실 근무자들의 이 같은 일탈이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의 최고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을 한 달 가까이 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청와대의 기강해이 조짐은 그 전부터 보였다. 지난달 10일에는 경호처 소속 5급 공무원이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에서 남성을 폭행해 대기발령 조치됐다. 2주 후인 23일에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이 차에는 다른 청와대 직원들도 함께 타고 있었다. 그리고 5일 뒤인 28일 특감반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쯤 되면 공직자들에게 청와대의 권위나 지시가 먹혀들 리 만무하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이 지난해 1만1924명으로, 2014년 9361명에 비해 27.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방을 몰래 운영하다가 적발되거나 몰카 촬영을 하기도 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이도 있었다. 도박에 빠진 한 공무원은 수재의연금을 횡령하기도 했고 군유지를 자신의 땅인 것처럼 공문서를 위조해 억대의 사기를 치기도 했다. 음주운전에 적발된 공무원은 수두룩했다. 하나 같이 죄질이 나쁘다. 이쯤 되면 ‘부패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청와대부터 일선 공무원까지 기강해이와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다.
공무원(公務員·public servant)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 혹은 공공단체와 공법상의 근무 관계를 맺고 공무를 담당하는 기관 구성자를 말한다. 그런 까닭에 국가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반인과는 다른 특별한 신분과 지위를 누린다. 혈세로 받는 월급이라 그들의 봉급을 국록(國祿)이라 불렀고 공무원들을 달리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으로 공복(公僕)이라고도 불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지금 이 순간도 공무원을 꿈꾸고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혹은 직위와 권한을 남용해 비위를 저지르기 위해서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공복으로 거듭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