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정비 뒷전 논란…박삼구式 경영난 극복의 상흔
항공기 정비 뒷전 논란…박삼구式 경영난 극복의 상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8.12.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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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B767 기종 기체결함 연달아 드러나
2006년 대우건설·2008년 대한통운 인수…유동성 부족 이어져
돈줄 아시아나 항공 허리띠 졸라매기…“승객 안전 담보한 리더십 문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아시아나항공에서 드러난 고질적인 기체결함 문제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공기 안전 투자보다 그룹 경영난 해소에 몰두한 결과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9일과 10일 양일 간 같은 항공기에서 기체결함이 발생해 대체 항공편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기체 정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항공기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에 기체결함이 드러난 아시아나항공의 기종은 ‘B767’ 기종이다. 해당 기종으로 여객을 수송하는 곳은 국적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기령은 모두 20년 이상이다. 기령 20년은 국토부가 지난 2015년 국적 항공사들과 맺은 ‘경년 항공기 퇴출 협약’의 기준 연수다. 협약을 통해 20년이 넘은 항공기는 조기 퇴출하자고 약속한 것이다.

이번 기체 결함은 반복된 문제다. 항공교통서비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준 국적사 가운데 지연율이 가장 높은 8.42%를 기록했다. 국적사 전체 평균 5.9%를 넘는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지난 2014년 이후 최근 5년 간 해외 취항지에 파견한 주재정비사를 36개 공항, 47명에서 25개 공항 33명으로 줄였다. 인력 감축과 함께 경쟁 항공사 보다 24% 낮은 부품구매 예산을 책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아시아나항공 특별점검 결과 보고’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10건 중 1건 꼴로 정비사가 아닌 인턴이나 저경력자가 항공기 정비를 맡아 온 사실도 밝혀졌다.

아시아나가 이렇게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이유는 박 회장의 경영 판단이 작용한다.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등을 인수하면서 6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고 이중 절반을 투자자로부터 얻었다. 이어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투자자에게 손 벌린 자금은 커졌다.

이는 무리한 투자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인수 이듬해인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아시아나는 유동성 확보를 해야 했다. 이에 지난해 대우건설 지분 잔여분을 매각했고 이때 손실률은 72.2%다. 올해 6월에는 남아 있던 대한통운 지분 또한 모두 처분했다. 그룹을 정비하는데 써야할 자금이 무리한 인수에 사용됐고 박 회장이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게 만들었다. 이에 그룹 내 돈줄인 아시아나항공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시작됐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졸라맨 허리띠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정비 투자 부족은 박삼구 회장의 그룹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합리화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며 “승객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이를 담보로 불안을 야기하고 신뢰를 잃는다면 리더십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항공기 정비와 투자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B767의 정비 신뢰성은 99.72이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가 발표한 기준으로 전 세계 평균 신뢰성은 98.61이다. B767의 정비 신뢰성이 전 세계 평균 보다 웃도는 셈이다.

정비 신뢰성은 항공기 정비로 인한 지연이나 결함에 대한 비교군이다. 이는 지연 건수를 100회 비행 계산해 퍼센트(%)로 환산한 수치다. 신뢰성은 각 항공기 제작사에서 분기별로 정비 수치를 공시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기령과 정비 발생 빈도는 비례하지 않으며 정기 점검을 통해 교체와 엔진 오버홀을 거쳐 안전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비 투자비용도 2016년에는 영업비용의 7.09%, 지난해에는 영업비용의 7.51%로 상향하고 투자를 늘렸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제작사에서 정해놓은 정비 프로그램과 회사 정비운영 지침에 따라 예방정비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조사 결과에 따라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항공 관련 법규에 위배된 사항이 있으면 운항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고 과징금 부과한다면 최대 18억원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