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청구…헌정 사상 최초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청구…헌정 사상 최초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8.12.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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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혐의 부인하고 하급자와 진술 달라 영장 불가피"
양승태 수사도 속도날 듯…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사진=연합뉴스)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관이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만큼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게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필요하다"며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하급자들과 진술이 상당히 달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2015년 문모 당시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 후임으로 2016년 2월~지난해 5월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 역시 이듬해 문 판사가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 정보를 누설하려 한다는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징계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또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도 있다.

그는 2016년 서울서부지검의 집행관 비리 수사 때도 비슷한 수법으로 일선 법원을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위상을 유지하려고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면서 박한철 당시 헌재 소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한 언론사 기사를 대필하게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밖에 사법행정이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생산된 '판사 블랙리스트'를 계속 관리·실행한 혐의도 있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