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비리 파문' 장기화에…자구책 마련 나선 학부모들
'유치원비리 파문' 장기화에…자구책 마련 나선 학부모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2.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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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유치원·영어 유치원 등 학부모들이 대안 마련
비리유치원 문제 관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리유치원 문제 관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기화되는 '비리유치원 파문'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는 있으나, 더딘 공립유치원 설립과 일부 사립유치원의 폐원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직접 유치원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거나 영어 유치원으로 눈을 돌리는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2일 교육계 안팎에 따르면 비리 사태와 관련해 최근 학부모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대응책은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이다.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은 부모·교사가 조합원인 사회적 협동조합이 설립자가 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으로부터 부지와 건물을 빌려 유치원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최근 현행법 개정으로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경기 하남시 A유치원 학부모들은 설립자가 개인 사정으로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하자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회계 비리 등을 고발한 일부 교사와 함께 협동조합을 꾸려 내년 3월 직접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을 개원할 것을 목표로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지난 달 출범한 무단폐원을 앞둔 유치원 학부모·교사 모임 '유치원 무단폐원 119'도 정부에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발족 선언문에서 "맞벌이 엄마 아빠가 퇴근하고 웃으면서 하원 시킬 수 있는 유치원을 바란다"면서 "현재의 교육공동체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위한 장소를 임대하라"고 요구했다.

유치원 무단폐원119의 법률지원을 맡은 손익찬 변호사는 "협동조합 유치원은 재정정보가 수시로 공개돼 투명하고 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참여도도 높다"며 "큰 예산이 투입되는 매입형 또는 공영형 유치원과 비교해봐도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영어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사설어학원 유치부로 고개를 돌리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비리 사태 이후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강해짐에 따라 정부 지원 없이 제값 주고 영어 공부도 시키겠다는 의도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다수의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 수업료와 추가 영어 교육비용을 따져봤을 때 신뢰가 가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리가 드러난 유치원의 수업료 납부를 거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화성의 한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회계 비리가 드러난 유치원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유치원으로부터 답변이 없자 수업료 납부를 거부했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는 "감사 결과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유치원은 '잘못이 없다'는 대답만 했다"며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에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수업료 납부를 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