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만 있는 게 아니다? ‘농업유산’도 있다
문화유산만 있는 게 아니다? ‘농업유산’도 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8.11.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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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농업유산에 의성 전통수리·보성 전통차·장흥 청태전 지정
2013년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 최초 지정 이후 올해까지 12개 지역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제주 밭담 등 세 곳 등재…세계서 세 번째
올해 농업유산 10호로 지정된 의성군 농업유산지역 경관. (사진=농식품부)
올해 농업유산 10호로 지정된 의성군 농업유산지역 경관. (사진=농식품부)

정부가 올해 국가중요농업유산 세 곳을 지정했다. 경북 의성의 전통수리 농업시스템과 보성 전통차 농업시스템, 장흥 발효차 청태전 농업시스템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이하 농업유산)은 농업인이 해당지역에서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오랫동안 형성시켜온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 보전·전승할 가치가 있다고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농업유산을 지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9개의 농업유산이 지정됐다. 제1호는 완도 청산도의 구들장논, 2호는 제주 밭담농업, 3호는 구례 산수유농업, 4호는 담양 대나무밭, 5호는 금산 인삼농업, 6호는 하동 전통차 농업, 7호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 8호 부안 유유동 양잠농업, 9호는 울릉 화산섬 밭농업이다.

이 중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농업, 하동 전통차농업 등 세 지역이 등재됐다. 2002년부터 운영 중인 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생산방식과 전통 농업시스템을 지원·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우리는 GIAHS 등재에서 인도와 함께 세 번째 순위다. 1위는 중국(11개 지역), 2위는 일본(8개 지역)이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의 농업유산으로 의성 전통수리 농업(10호)과 보성 전통차 농업(11호), 장흥 청태전 농업(12호)이 지정됐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의 국가중요농업유산 현황. (자료=농식품부, 표=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2013년부터 올해까지의 국가중요농업유산 현황. (자료=농식품부, 표=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의성 전통수리 농업은 화산지역이자 연간 강수량이 적은 지역이라는 불리한 농업환경 극복을 위해 조문국(경북 의성군 지역에 있었던 삼한시대 초기 부족국가) 시대부터 수리시설을 축조했고, 이를 통해 수도작과 한지형마늘(월동 후 이듬해 2월경 싹이 나는 마늘 품종)의 이모작 농업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벼 냉해 방지를 위해 따뜻한 상층부의 물이 먼저 논에 공급될 수 있도록 못을 설계하고 물이 흐르는 관인 수통과 밸브 역할을 하는 못종을 조작한 옛 선조들의 지혜는 오늘날 관개시스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성 전통차농업은 경사지 등고선에 따라 간격과 수평을 맞추는 계단형 차밭 조성 기술과 탁월한 경관 때문에 농업유산으로 높이 평가됐다. 보성은 전국 차 재배면적의 35%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독특한 보성의 등고선식 계단형 차밭은 부족한 농지를 대체할 생계수단으로 산의 비탈진 면에 조성된 것이다. 곡괭이·삽으로 면을 고르고 새끼줄로 등고선에 맞게 수평을 유지하며 폭 2m 간격으로 층층이 조성했는데 무척 과학적이고 견고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바다 물결을 형상화한 듯 굽이를 이루는 계단형 차밭 경관은 2013년 미국 CNN의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흥 발효차 청태전농업은 비자나무·소나무 등 수목 하층부에서의 차 재배환경 조성과 청태전을 만드는 제다과정·음다법 등이 오랫동안 유지돼 중요 농업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예부터 장흥지역은 잎차보다 덩이차를 주로 마셨다. 덩이차는 ‘돈차’, ‘강차’, ‘떡차’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청태전’이라는 명칭은 김의 주산지인 장흥에서 ‘청태(김)로 빚어 만든 구멍 뚫린 동전과 같게 만든 돈차’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차나무와 공생하는 상층목의 가지를 정지해 햇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하는 재배기법은 찻잎 수확량과 차의 맛을 좌우하는 성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청태전의 맛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오병석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업유산은 농촌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하는 자산이다. 단순히 보존·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농촌지역 공동체 유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광자원으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중요농업유산을 꾸준히 발굴·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농업유산의 보전·활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정부는 지정지역 당 15억원의 예산을 3년간 나눠 지원한다. 지자체와 해당지역 주민은 이를 농업유산의 복원과 정비, 환경개선 등의 사업에 사용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