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빚투’로 시끌벅적하다. 이른바 ‘빚’을 받지 못했다고 알리는 것이다.
대부분이 연예인 가족과 관련된 채무관련 기사들에서 ‘빚투’가 확산됐고, 시작은 잘나가던 한 래퍼 부모가 오래전 돈을 빌리고 갚지 않거나, 보증 등으로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내용에서 촉발됐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나도 유명 연예인 누구누구의 부모에게 돈을 받지 못했다’며 청원이 올라오기도 하고 또 기사화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심지어 최근 논란과 별 관련도 없는 다른 연예인들 가족의 오랜 과거사들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가십기사들이 난무하고 일부는 그 도가 지나칠 정도다.
실상 우리나라에서 사기범죄는 만연해 있다. 보이스피싱만 해도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총 5만여 건에 피해금액이 622억원에 달한다. 건당 평균 피해금액도 807만원으로 적지 않다.
또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사기범죄 총 발생 건수는 25만600건으로 인구 10만명 당 484.8건 꼴이다. 피해자는 41~50세가 22.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다음은 31~40세, 51~60세 순으로 31~60세 사이 피해자가 전체 60%이상을 자치한다. 피해자 성별로는 남성이 66.3%, 여성이 33.7%다. 바꿔 말하자면 31~60세의 남성이 사기피해자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가장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저변의식이 중장년 남성들이 고수익 유혹에 쉽게 빠져 사기당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닌지 유추해 본다.
2016년 여름 ‘38사기동대’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더랬다. ‘마블리’ 마동석이 세금징수 공무원으로, 서인국이 사기꾼으로 등장한 드라마에서는 권력형 비리로 부를 축적하고 고액체납을 상습적으로 하는 악인들에게 사기를 통해 세금을 징수하고 악을 응징한다는 내용으로 통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올해 ‘플레이어’라는 드라마도 국민배우 송승헌이 사기꾼으로 등장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악당들이 불법으로 모은 돈을 찾아 털고, 단죄를 받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권선징악, 홍길동형 드라마 ‘플레이어’는 최고 5.8%의 시청률을 올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앞서 2012년 영국 BBC에서 방영했던 ‘허슬(Hustle)’은 천재 사기단이 악덕 부자들을 응징하고 그들에게 당한 힘없는 사람들에게 재산을 돌려준다는 스토리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끈 바 있다. 드라마에서야 범죄가 소재일지라도 악인들을 응징하는 맛에 속이 시원시원 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기범죄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도둑질 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특히 개인 간에 사기를 치고 가해자는 그 돈으로 해외에서 자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서 부와 명예를 얻는 반면 피해자와 가족들은 사기피해라는 엄청난 기회비용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얼마나 인생이 허망하겠는가. 법을 떠나서 부모의 사기가해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덕에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취하는 것만이 사기가 아니다. 대형 교회의 목사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종교를 파는 것도 사기이고,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에서 맹세했던 국민을 위하겠단 말은 잊고 밥그릇 싸움만 한다면 그것도 사기다. 대기업이 기업 가치를 부풀려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하는 것도 사기다.
아쉽게도 사기범죄는 형량이 비교적 약하다. 해서 재범률도 높다. 사기범죄를 중하게 다스리는 법제의 변화도 필요해 보이지만 무엇보다 사기 치면 대대손손 천벌 받는다는 것을 사기꾼님들이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
/고재태 신아 C&P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