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정부의 금리 개입과 가격 통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서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시스템은 무너지고 규제만 늘어났다. 정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금융권과 기업에서는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고강도 구조조정 바람까지 불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부수거래를 3건 이상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가 하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구성요소에 금리 0.1% 수준인 요구불예금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지금도 주택담보대출 시 3~4건의 부수거래를 통해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상황인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밀어붙이는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자들이 금리혜택을 더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펴지만 현장에서는 민감한 시장금리에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을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꼼수로 보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미리 개입해 금리를 눌러놓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적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카드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이어 통신비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자동차보험료 인상폭 제한 등 시장가격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건전한 경쟁을 통한 자정 효과보다는 인위적 통제를 가함으로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권의 원성을 사고 있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카드수수료 인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을 지원하겠다는 논리지만 카드사의 수익악화로 인해 점포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일자리 감소 등 또 다른 악순환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 여력을 1조원으로 잡았다가 마트협회를 지원한다며 4000억원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협상은 없었고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졌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이익을 내놓게 됐고, 이는 카드사 점포 축소와 비대면 채널 강화로 인한 임력 구조조정카드까지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통신사들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실적 하락으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20조 원 가량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투자재원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서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관치와 정치가 통제하는 금융이 되면서 합리적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고 규제만 늘어나 양질의 금융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초래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