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마늘 생산량 컴퓨터로 예측…수급안정 기여할까?
배추·마늘 생산량 컴퓨터로 예측…수급안정 기여할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8.11.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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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배추·마늘 생육정보·생산량 예측 소프트웨어’ 개발
기상예보 연계해 잎 수·생장량·최종수량 등 정보 제공
내년 영월 매봉산·강릉 안반데기·전남 무안군 시범적용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 영월 매봉산의 상세기상정보 시스템 갈무리. (사진=배추·마늘 주산지 상세 기상정보 시스템)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 영월 매봉산의 상세기상정보 시스템 갈무리. (사진=배추·마늘 주산지 상세 기상정보 시스템)

지난 봄철 냉해와 잦은 비로 마늘 작황은 썩 좋지 못했다. 배추는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생육부진으로 출하 상황이 악화돼 한동안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배추와 마늘은 우리 식생활과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채소인데, 최근 들어 잦은 기상이변 때문에 안정적인 재배가 점점 여의치 않고 있다.

농업선진국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작물 생육과 수량을 예측하는 작물 생육예측모델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해 생육상황을 점검하거나 빅데이터를 통해 수집·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물 재배관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생육예측모델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장미 생육을 입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3D 모형을 개발해 고품질 장미 생산에 이용 중이다.

우리는 어떨까? 농업선진국과 비교해 많이 미흡한 편이지만, 국내에서도 2008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설치하고 정밀 환경조절 시설 도입과 국제 공동연구 등을 통해 기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기술 개발에 꾸준히 나섰다. 그 결과 세계에서 최초로 ‘배추·마늘의 작물 생육예측 소프트웨어(이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

28일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이하 농진청)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는 기온·일사량·강우량과 같은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배추와 마늘의 잎 수와 생장량, 뿌리·줄기·잎·구의 무게, 최종수량 등 다양한 정보를 일 단위로 나타낼 수 있다. 기상정보는 기상청의 실시간 예보와 장·단기 예보와 연동된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필지를 선정한 후 정식 시기와 방법을 입력하면, 기상예보 기간까지의 생육상황과 기상피해율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이를 근거 삼아 배추와 마늘 농가는 작물 생육상태를 미리 점검할 수 있고, 앞으로 생장 예측을 하는데 적합한 재배관리를 계획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농산물 수급관리를 담당하는 기관도 생육실황과 생산량 예측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보다 정밀한 수급관리 계획을 세울 수 있어 가격 안정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농진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구동 결과는 ‘배추·마늘 주산지 상세 기상정보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경환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정밀 작물 생육예측 기술은 미국을 비롯한 농업선진국도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세계적으로 쌀·옥수수·콩 등 식량작물 분야에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생산관리와 수급정책에 적용되고 있다. 배추와 마늘 작물 생육예측 소프트웨어 개발과 상용화는 우리나라가 세계 처음”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내년부터 배추와 마늘 주산지 세 곳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시범 적용할 방침이다. 세 곳은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영월 매봉산과 강릉 안반데기 일대, 마늘 산지인 전남 무안군이다. 이들 지역의 농가는 내년부터 배추와 마늘의 잎 수와 생장량, 장해 피해 등의 생육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농진청의 배추·마늘의 생육예측 소프트웨어 기술은 내년 중 국제학술지 'Annals of Botany'에 실릴 예정이다.

서형호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앞으로 양파·무·고추 등의 작목으로 기술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농장단위의 상세한 작물 생육정보 예측과 농장 맞춤형 재배기술 개발을 추진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