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표 수리·후임 인선 절차…2개월 정도 소요 전망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했다. 취임 전 태양광 발전업체 대표로 지냈던 이력이 한국농어촌공사의 7조원 규모 수상태양광 발전사업과 맞물려 논란이 지속된 탓이 크다. 여기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친형 최규호 전 전라북도 교육감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 등 정치적인 부담까지 더해 사퇴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2년간 전임 정승 사장에 이어 이번 최규성 사장까지 연이어 사임하면서 또 다시 경영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9대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최규성 사장이 9개월 만인 지난 26일 늦은 밤 사의를 표명하고 27일 사임했다. 최근 불거진 ‘태양광 발전업체 대표 이력’ 때문이다.
제17·18·19대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은 2016년 5월 ‘전력·통신기기류 판매·렌탈’ 전문 법인을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10월 19일 경영에서 물러났다. 지난 대선 때 최 전 사장이 문재인 캠프 농업분야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력 때문에 농어촌공사 신임사장으로 물망에 오르던 즈음이었다.
이후 법인은 태양광 전기발전·판매까지 사업을 추가했고, 최 전 사장의 국회의원 재직 시절 함께 했던 보좌관 정씨가 후임대표를 맡았다. 최 사장의 아들도 법인 사내이사로 취임하는 등 최 전 사장의 측근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위 사항은 법인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는 농어촌공사의 추진사업으로 꼽히는 저수지 수상태양광사업과 연관돼 최근 많은 논란을 낳았다. 농어촌공사의 수상태양광사업은 7조4861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전국 941개 저수지에 428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 조성이 주 골자다. 때문에 태양광 발전업체 대표 이력이 있는 최 전 사장이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을 추진하는 기관의 수장으로 적합하냐는 논란이 최근 제기됐다.
이에 최규성 전 사장은 21일 “보좌진 생계를 위해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대표이사를 이어받은 정 씨가 축사 지붕 등 농촌 태양광 설치분야로 사업을 확대·추진한 것이다. 법인은 설립 이후 태양광 관련 실적은 전혀 없고, 소규모 육상태양광으로 분야도 다르다. 농어촌공사와의 거래 내역도 전무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세 살 터울의 친형인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정치적인 압박이 더해져 27일 결국 사임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2016년 10월 취임했던 정승 전 사장이 정권교체 여파로 1년 1개월가량 임기만 채우고 사임한데 이어 최규성 전 사장도 태양광에 발목 잡혀 결국 9개월 만에 사퇴해 또 다시 경영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농어촌공사 사장 임기는 3년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전부터(이명박·박근혜 정부) 공사가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다만, 최 전 사장이 태양광 업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내용은 최근 알게 됐다. 공사 태양광 사업과 최 전 사장이 경영했던 태양광 발전업체는 서로 무관하지만, 최 전 사장이 공사에 부담을 주기 싫어 사임 결정을 한 것 같다”며 “경영 공백과 관계없이 농어촌용수시설·농지관리와 같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에 직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공사 신임 사장 선임까지 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농어촌공사는 이종옥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청와대는 28일 최 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